지난번 수업 등록과 관련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링크 참조)
위 글에서 말한 대로
Models of Ancient Politics II
Contemporary Egalitarianism
Marx's Capital and Its Readers I
세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이제 2주가 지난 시점에서 예측해보건대 이번 학기는 저번 학기보다 덜 고생할 것 같다. 적응이 되다 보니 시간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감이 생긴 듯. 예를 들어 지난 학기에는 유독 긴 리딩 과제가 나오면 다른 수업을 준비하면서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했었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주 리딩 과제가 엄청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째 저째 다 제시간에 해서 갔다. 어째 저째라는 것이 포인트이긴 하지만...
Models II는 어떻게 근대 정치철학자들이 첫 학기에 배운 고대 아테네, 스파르타, 로마의 정치철학을 사용하고 분석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수업이다. 예를 들면 이번 주에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에서 어떻게 고대 로마의 리비우스나 폴리비오스의 철학/역사를 바라보고 이를 통해 공화정에 대한 철학을 전개하는지 알아보고 있다.
Cont. Egalitarianism에서는 현대 정치철학의 측면에서 평등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추구되어야 하는지 등을 규범적으로 알아보는 수업이다. 존 롤즈의 <정의론>을 필두로 다양한 자유주의, 윤리학 등의 흐름에서 평등과 분배에 대해서 알아본다. 이번 주에는 평등이 자유와 어떻게 충돌하고 어떻게 이 두 개념을 화해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Marx 수업은 말 그대로 한 학기 내내 막스의 자본론을 읽는 수업이다. 자본론 제1권과 여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논의에 대해 저술한 논문들을 읽으며 자본론과 막스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목적인 것 같은데 세 시간이 짧다고 느껴질 정도로 토론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아직은 잘 감이 안 온다. 확실한 건 똑같은 페이지도 막스의 글은 두세 배의 시간이 더 걸릴 정도로 빨리 안 읽히고 복잡하다는 것. 괜히 자본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사람은 몇 명 안될 것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졸리진 않게 재밌게 써준 건 감사하다.
이번 학기는 자잘 자잘한 페이퍼 과제가 없다.
대신 20페이지짜리 긴 페이퍼가 수업당 하나씩.
차라리 이게 석사 논문 쓰는데도 도움이 되고
한 주제를 깊게 팔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학기 말에도 이런 말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
그 외에도 이번 학기에는 첫 4주 동안 석사 논문 프로포절이 이어진다.
MAPSS 프로그램 내에서 같이 정치사상을 하는 열댓 명의 학생들이 매주 목요일마다 모여서 서로의 석사 논문의 주제와 방향을 설명하고 조언을 얻는 캐주얼 한 모임이다.
하버마스, 랑시에르, 지젝, 보드리야르, 버틀러 등 다양한 철학자들의 논의를 분석하거나 비판하는 주제부터 인권, 저임금 노동, 미국 내 카톨릭과 기독교 간의 갈등과 관련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주제까지 다양한 프로포절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마지막인 4주 차에 발표한다.
어쩐담.
입학한 지 네 달 만에 졸업 논문 이라니... 1년짜리 프로그램의 속도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분명 불과 1년 전에 한국에서 석사논문 프로포절을 했었는데...
1년 만에 다른 주제로, 다른 언어로 다시 하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