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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준 Nov 25. 2017

03 [유학 일상]
수업 등록 in 시카고 대학

이렇게 된 이상 다음 학기를 노린다.

기말고사도 이미 늦었다.


첫 학기를 장렬하게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끝마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학기 7주 차에 다음 학기 등록하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쿼터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시스템인 것 같다. 아직 학교 길도 다 못 외웠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학기를 망쳐도 아직 몇 학기 더 남았다는 안도감?


그래서 겨울 학기 수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쿼터제 특성상 한 해가 4학기로 되어 있고 정식 수업은 가을, 겨울, 봄 학기에 제공되다 보니 교수님들도 한 학기에 자기가 가르치고 싶은 것을 다 가르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기는 시퀜스(sequence) 수업이 많다. 가을학기와 겨울 학기에 나눠서 수업을 이어서 하는 방식이다 (i.e. Marxism I (Fall) & Marxism II (Winter)). 마침 현재 듣고 있는 Models of Ancient Politics가 다음 학기에 Models of Ancient Politics II로 연결된다고 해서 일단 그거는 하나 확정. 


꼭 연결되는 시퀜스 수업을 들어야 하는 건 아닌데 이걸 듣는 게 좋은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먼저 교수님과의 관계. MAPSS 특성상 일 년 안에 박사 지원 때 필요한 추천서를 써 줄 교수님들을 섭외해야 한다. 한 학기 (10주) 만에 그 정도의 관계가 생기기는 힘들기 때문에 선배들이 추천해 준 방법이 바로 시퀜스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실제로 10주 동안 교수님 오피스 아우어를 두세 번 정도 찾아가게 됐는데 아직 추천서를 부탁하기엔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오피스 아우어가 최대 20분밖에 안 되는 것도 큰 원인 중 하나인 듯. 두 번째로 long paper 과제. 시퀜스 수업을 둘 다 들을 경우 첫 번째 시퀜스에서는 기말 페이퍼를 안 써도 되는 장점이 있다. 두 수업을 다 듣고 더 깊고 본인 연구에 도움이 되는 기말 페이퍼를 쓰라는 교수님들의 배려다. 마지막으로 배움의 깊이. 말했듯이 한 학기가 10주다. 물론 10주 안에 남들 16주 동안 배우는 걸 웬만하면 다 가르쳐 주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한계가 있다. 그런데 두 학기로 나눠서 수업을 진행하면 20주 동안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Models 수업은 첫 학기엔 고대 아테네, 스파르타, 그리고 로마의 정치사상에 대해 배우고 두 번째 학기에는 고대 정치사상을 기반으로 자신의 철학을 풀어나간 근대 정치 사상가들에 대해 배운다. 수업 제목도 첫 학기는 Models: Athens, Sparta and Rome, 두 번째 학기는 Models II: Modern Receptions다. 


(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써먹은 쓴 글도 있다.)

https://brunch.co.kr/@mastad90/2


아무튼 그래서 수업 하나는 확정. 


나머지 수업을 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첫 학기를 프로그램 코어 수업과 프로그램 전공 수업을 들어서 이제는 정말 석사 프로그램을 벗어나 과에서 제공되는 정식 대학원 수업들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이 과 저 과 홈페이지 들어가서 찾아본 결과 생각보다 듣고 싶은 수업들이 많았다. 정리해보니 10개... Models II를 듣기로 결정한 이상 남은 9개 중에 2개만 고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수업은 한 학기에 무조건 3개만 들을 수 있고 사실 3개도 많이 벅차다. 관심이 가는 순서대로 나열해 보고 나서야 어느 정도 답이 나왔다. 평소에 평등, 분배 등에 관심이 많았으니 이에 관한 수업이 당연 1순위. 그리고 성적 받기 너무 힘들 것 같은 철학 수업이나 이미 한국 대학원에서 배웠던 인권, 다문화 수업들은 쉽게 포기가 되었다. 그래서 남은 건 Modern Theories of State. 이건 요즘 정치사상 쪽에서 아주 유명한 Jennifer Pitts라는 교수가 가르치는 수업이라 특히 관심이 갔다. 역사학과 교수인 Ando와 함께 가르친다는 것도 새로운 형식의 수업이라 관심이 갔다. 



그래서 나온 결과는 

1. Models of Ancient Politics II

2. Contemporary Egalitarianism

3. Modern Theories of State


결정하자마자 이미 수업을 듣고 있는 Models 수업 교수님을 제외한 두 명에게 수업 등록했다고 궁금한 것들이 있으니 오피스 아우어에 찾아가겠다고 메일을 보냈다. 얼굴 보고 너무 빡세 보이면 다른 수업으로 가야 하기 때문.





며칠 후 Marx's Capital and Its Readers라는 수업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막스에 크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Its Readers 부분에 크게 관심이 갔다. 막스를 사용해서 자신의 철학을 전개해 나간 정치사상가들에 대해 공부하는 수업이라니. 특히 교수가 아렌트 전문가라는 말을 듣고 완전 마음이 갔다. 거기다 이건 Winter & Spring 시퀜스 수업! 그래서 할 수 없이 3번 수업은 교체. 





이렇게 수업 등록은 끝.

기말 페이퍼를 시작하러 갈 시간이다.

아니구나, 이미 글렀지 참. 

새로운 마음으로 다음 학기를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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