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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이시너드클럽 Dec 26. 2021

나뭇가지 같이 건조한 삶에 수분이 필요한 때

삶에도 바디로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작년부터였던 것 같아요. 겨울만 되면 온몸에 수분이 마르고 두드러기가 나던 게 말입니다. 물을 자주 마시는 편이라도 잦은 흡연과 음주, 스트레스가 문제였겠죠.


올해의 경우도 두드러기까진 아니지만 환절기부터 손이 나뭇가지처럼 트는 걸 시작으로 온몸이 가문 게 눈에 띌 정도였습니다. 정강이 같이 도드라진 부분은 살짝만 스쳐도 생채기가 날 정도였으니 좋은 컨디션은 분명 아니었죠.


그러던 중 바디로션을 사용하게 됐는데요, 이거다 싶더라고요. 보습은 물론이고요, 몸이 조금만 움직여도 소매 틈으로 스며 나오는 향이 상당히 좋더라고요. 5mL만큼 기분이 좋아진달까요. 네, PPL은 아니고요.


몸뿐 아니라 삶에도 수분과 향이 필요한 때입니다. 코로나 탓에 회사와 집 반경의 삶에 취미 또한 대부분 영화, 음악, 책 소비와 같이 방구석 1열에서 하는 것이니 말이죠. 요즘은 그마저도 혼술에 밀려난 상황입니다. 삶에도 바디로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2021년을 돌아봤습니다. 좋았던 건, 다른 해보다 일이건 관계건 제법 진지하게 고민했고, 완독 목표로 삼은 격주간지를 꾸역꾸역 소비했고, 체중을 감량했고, 머릿속에서 떠돌기만 하던 생각들을 미뤄두지 않고 브런치에 써냈다는 정도. 아, 물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걸 절대 빼놓을 수 없겠죠.


아쉬운 건, 혼자만의 시간을 생기 없이 그저 그렇게 써버렸다는 겁니다. 조바심에 마음만 먹고 실천하지 못했던 헬스 등록을 마치고 나오는 길입니다. 여기에 좀 더 진지한 취미로 악기 연주 정도를 더해 삶에 무미건조함을 떨쳐내면 어떨까요. 항상 꾸준히 레벨업 하는 자기 수련형 취미에 대한 로망이 있거든요.


앞으로는 공적이건 사적이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나의 세계를 확장하며 수분뿐 아니라 향을 더해보려 합니다. 올해 얻은  교훈  하나는 결국 사람이라는 .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혼자 해결할  있는  별로 없더라고요. 오히려 그때 느낀 무력감이 스스로를 파괴할 .


나뭇가지 같이 건조한 삶에 수분이 필요한 때입니다. 최소한 두드러기가 날 때까지 방치하지는 말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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