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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이시너드클럽 Jan 16. 2022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나를 둘러싼 관계들에 대하여


* 본문 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인생은 혼자 사는 게 아니구나, 요즘 들어 더욱더 뼈저리게 느끼는 문장입니다. 어찌 됐든 인간은 관계 속에 존재하죠. 단언하긴 어렵지만, 지독한 고독도 결국은 타인과 사회적 괴리에서 오는 것일 테니까요. 미우나 고우나 서로 엉겨붙고 밀어내며 서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최근 부쩍 경조사가 많았는데요, 내겐 경조사가 사회적 관계에서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주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서로 독립적인 존재이지만, 흔히 말하는 결혼식, 장례식 이후 관계의 공기가 달라진달까요. 내겐 최근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그랬습니다.


친한 술 친구들, 삶에 BGM이 돼주던 존재들, 그리고 가족까지 최근의 경조사들은 이전의 그것들과 사뭇 다른 공기를 가져다줬습니다.


물론, 술 친구들과는 이전만큼 자유롭게 시간을 내어 약속을 잡기 어려워졌고요, 일부의 관계는 아예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을 만큼 아득히 멀어졌습니다. 심지어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데도 말이죠. 아니, 이제는 길에서 마주쳐도 모른 척 해야 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그 외 앞으로 영영 다시 볼 수 없는 존재까지. 


나를 둘러싼 관계들이 조금씩 달라지다 보니 내 삶 또한 영향을 받는 게 사실입니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채워지던 스케줄러가 텅 비어 버렸으니 그럴 수밖에요. 삶의 작은 나비효과라고 할까요.


조금은 쓸쓸한 기분이지만, 내가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마블 세계관 속 슈퍼히어로가 아니니까요. 심지어 피터 파커(스파이더맨)도 MJ와의 기억을 포기해버린 걸요. 물론, 그쪽은 지구 평화를 위한 것이니 내 케이스와는 차이가 우주만큼 큽니다만.


먼지 쌓인 시간 속에서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곱씹어 봅니다. 그때 나는 어떤 기분이었고 지금은 어떤지.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느낍니다. 물이 어디에 담기느냐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 것처럼 앞으로도 나를 둘러싼 관계들은 그때그때 모습을 바꿔가겠죠. 그럴 때마다 내 생각을 담을 수 있는 여러 모양의 물병들을 미리미리 마련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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