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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원쌤 Jan 08. 2022

경원쌤의 (졸업 전)마지막 수업

#방학 #졸업 #수업

졸업!


졸업한 제자들과 만날 수는 있지만 수업은 할 수 없답니다.

그래서 졸업하기 전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업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많은 수업들 중 아이들에게 기억되는 수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수업이라는 것이 매번 매 순간 특별한 것은 아니니 당연한 것이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요.

특히, 아이들은 어떤 수업을 기억하고 있는지 교사로서 궁금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시작된 마지막 수업은 졸업식날 혹은 종업식날 진행되는 수업입니다.


마지막 수업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진행됩니다.

첫째는 그동안의 수업을 스스로 성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마지막으로 제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주는 것이죠.


첫 번째를 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그동안 선생님과 수업한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것을 표현해보라고 했습니다. 도화지를 책처럼 만들어서 표지도 만들고 그 속에 관련 내용을 담게 하는 것이죠.


올 한 해 아이들이 기억하는 수업은 다음과 같네요.

아이들이 다양하듯이 모두가 기억하는 수업 또한 다양합니다.

특히,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수업을 기억하는 경향이 보였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들의 경우엔 엄청 어려웠던 수업을 기억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교사의 수업을 아이들이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엄청 고마운 마음이....



이렇게 아이들이 일 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첫 번째라면 두 번째는 제가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을 주는 수업입니다.


"너희 모두에게 모두 다른 특별하고 세상 하나뿐인 선물을 줄게!"


아이들은 선물에 혹 하기도 하지만 선생님의 마지막 선물이 무엇인지 예상하기도 하며 기대합니다. 보통은 편지를 써 주시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것도 맞습니다.

일단, 아이들 개개인의 편지를 씁니다. 그런데 편지를 그냥 쓰지 않고 1학년 때 찍어서 올려진 생기부 사진과 지금의 모습을 동시에 편지지에 넣어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생기부는 6학년이 끝날 땐 6학년 모습으로 변경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존에 있던 1학년 모습은 사라지게 되지요. 그 사진을 아이들은 기억하지 못하기에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그리고 편지엔 이런 내용도 들어갑니다.



심력, 지력, 체력, 관계의 네 가지 영역이 있고 그 속에 작은 별 모양이 있지요. 별 모양의 끝이 가리키는 곳까지가 성장의 정도라 생각하면 됩니다. 위의 별 모양은 아주 좋은 관계와 좋은 체력 그리고 단단한 마음과 좋은 학습습관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죠. 아이들마다 이런 특성이 다 다르기에 그런 부분을 표시해주고 이런 내용까지 포함한 편지를 쓴답니다.

학년 말이면 생활기록부 기록도 해야 하고 학년 말 업무들이 많지요. 그 모든 일들을 끝내고 하려다 보니 졸업식 전날에나 이 작업이 끝나는 부분이 어려운 점이랍니다. 그래도 이렇게 마지막을 맺어주는 것이 오히려 마음은 편해서 매년 무엇인가를 하고 있답니다.



편지를 쓰다 보면 다시 아이 한 명 한 명을 생각하게 되고 그동안의 일들이 생각나지요.


편지가 완성되면 아이들이 만들어놓은 기억에 남는 수업을 적은 종이에 열심히 다음의 작업을 합니다.


준비물은 검은 도화지, OHP 필름, 꾸미기 테이프 정도면 됩니다. 단, 검은 도화지나 OHP 필름은 반듯하게 잘라야 해서 조금 번거로운 작업을 거치긴 해야 합니다.

그렇게 준비된 재료들로 아이들이 만들어놓은 개인별 수업 활동물에 다음과 같이 붙여줍니다. 검은색 도화지에 OHP 필름을 붙이기 때문에 사이즈를 맞춰야 하지요. 

검은 도화지를 밑에 깔고 그 위에 필름을 테이프를 활용해서 붙이고 손자국을 닦아주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어떤 선물이 될까요?


첫 번째 사진에 힌트가 있습니다. 다시 보여드리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생기지요.


혹시 사진을 찍고 있는 제가 보이나요?

네 맞습니다. 아이들에게 모두 다른 선물, 세상 하나뿐인 선물은 바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준답니다. 세상 가장 소중한 선물이자 보물은 바로 자기 자신이란다. 어떤 세상에서 누구와 지내건 자신을 소중히 하고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요.


세상은 복잡해지고 우리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도 조절할 수 없는 세상 속에 던져져 있습니다.

이런 세상 속에선 자칫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슨 의미인지를 잃어버릴 수 있다 생각합니다. 예전처럼 내가 무엇인가를 익히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고 그다음 길이 열리는 시대가 아닌 것을 인정한다면 지금의 시대는 자신을 잘 붙잡고 언제든지 다시 시작 할 수 있는 자신을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업이라 생각합니다.


난 누구, 여긴 어디? 


이렇게 되는 순간 드넓은 세상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 결과 치러야 할 대가는 상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가진 것을 제대로 표현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우리 아이들이 가지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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