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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Mar 12. 2023

의류매장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떠다닌다

더불어 나의 집에도...


https://youtu.be/k_v0fSXCY-o


지난해 겨울, 입는 옷이 크고 두툼해지는 계절이 왔을 때 주말에만 닦던 방을 주중에도 시간을 내서 한 번씩 닦았다. 바닥에 생기는 먼지가 전보다 많아진 걸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왜 먼지가 많아진 건지 의아했다. 바깥공기가 추워져서 창문도 잘 열지 않는데 말이다.


책상에 놓인 태블릿의 검은색 액정 위에는 먼지가 수시로 하얗게 앉았다. 닦아내 보니 작디작은 먼지조각이다. 나는 그것이 미세플라스틱일 거라고 추측했다. 이불도 합성섬유이고 내가 입는 겨울 옷 대부분이 그렇다. 미세먼지 혹은 미세플라스틱은 집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집안 공기 중에는 미세 플라스틱(미세섬유)이 떠다닌다.


우리가 다양한 경로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위 영상에서 경희대 의예과 박은정 교수는 미세섬유가 호흡기를 통해서 몸속으로 들어가면 폐에 축적이 될 수 있다고 심각성을 이야기한다. 빨래를 갠 후에 바닥에 떨어지는 미세 입자들이 미세플라스틱과 모양만 다를 뿐 똑같은 석유 부산물이라고 설명한다.


나의 옷장 속에 든 옷을 보더라도 폴리에스터 재질로 된 것이 많다. 원하지 않더라도 요즘 옷가게에서 폴리에스터 아닌 옷을 찾기가 어렵다. 우리가 입는 대부분의 옷은 동남아 국가에서 저렴한 인건비로 만들어진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다룬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옷쓰레기가 먼 나라의 강가를 가득 매우고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몇 해 전, 출판사와 책 계약을 하고 환경에세이 원고를 쓰던 시기였다. 초고를 쓰는 기간 동안 다른 것들을 제쳐두고 글 쓰기에만 전념할 생각이었으나, 몇 주를 그렇게 해보니 근육이 뭉치고 주제가 무겁다 보니 마음마저 점점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글은 엉덩이 힘으로 쓴다는 게 맞는 말인 것이 모니터 앞에 앉아있으면 노트북을 덮고 뛰쳐나가고 싶은 순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왔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이런저런 자료를 들여다보는 과정 역시 뇌를 쓰는 일이라 계속하면 피로감이 밀려왔다. 이런 식으로는 지속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경제적인 이유도 있어서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뒤적였다. 조건이 있었다.


오전에 하는 일이면서 머리 쓰는 일 말고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고 싶었다. 글 쓰는 시간 외에는 생각을 내려놓고 싶었다. 머리를 식히고 무념무상으로 하면 되는 일을 찾던 중에 발견한 자리는 다름 아닌 대형 의류 브랜드 매장 청소일이었다.


대략 3시간 동안 매장청소만 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 말끔한 의류매장에 매일같이 청소할 게 뭐 그리 있을까 의아했는데 일을 하면서 이유를 알게 됐다.


의류 매장에서 얼마나 많은 먼지가 나오는지 일하면서 체감했다. 그냥 보기에는 먼지가 잘 보이지 않지만 매장 바닥이며, 가지런히 진열된 옷들 위, 진열대 선반 위 등 어느 곳에도 먼지가 내려앉지 않는 곳이 없다. 옷에 들러붙거나 내려앉은 먼지를 제거하는 일이 청소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옷에서 떨어져 나오는 먼지가 상당하다는 걸 이때 새삼 알게 됐다.


그전에 나는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채로 진열된 물건은 당연히 개별 포장 없이 입고되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그곳에서 일하며 알게 됐다. 내가 청소를 하는 동안 제품 진열을 하는 직원들이 입고된 새 제품의 개별포장을 일일이 뜯는 걸 보았다. 그리고 원래 포장이 없던 것처럼 알맹이만 꺼내어 차곡차곡 예쁘게 진열해 놓았는데 그걸 보고 상당히 충격을 먹었다.


많은 양의 포장을 일일이 뜯는 것도 일인데, 매일 같이 들어오는 새 제품에서 나온 포장 쓰레기가 큰 자루만 한 비닐봉지 몇 개에 일상적으로 가득 찼다. 손님이 들어와 옷을 골라서 계산대로 가져간다면 그때는 다시 새롭게 포장을 해줄 것이다.


옷은 만들 때와 버려질 때에만 환경에 영향을 주는 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정말 이 방법밖에는 없는 것일까. 포장을 뜯고 매장에 진열된 뒤 다시 재포장되어 고객에게 전달되는 옷, 그것이 포장 없이 진열된 의류 매장의 현실이었다. 다른 의류매장의 상황이 어떤지는 알지 못하지만 추측하건대 이런 곳이 더 있지 않을까 싶다.


의류뿐만일까?

포장 없이 진열된 공산품 중에도 원래는 포장이 있었는데 제거한 제품이 있을지도 모른다. 제로웨이스트 전문샵이 아닌 이상 포장은 요즘 세상에서 아주 당연하고 가볍게 여겨진다.


이곳에서 청소일을 하면서 옷 소비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중고 의류 매장을 전보다 자주 애용하게 됐다.


부엌에서 요리를 하며 입고 있던 옷소매에서 떨어진 미세섬유 조각이 내가 만든 음식에 내려앉는 상상은 그저 나의 상상에 불과할까, 아니면 실제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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