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런치를 좋아하는 이유
나는 브런치를 참 좋아한다.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고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카페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잔에 내가 좋아하는 블루베리를 잔뜩 올린 요거트와 버섯, 양파, 브로콜리, 치즈가 듬뿍 들어간 오믈렛을 브런치를 먹을 때면 'What a beautiful day!'를 저절로 외치게 된다. 몸과 마음의 피곤함은 사라지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고 뭔가 편안하고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면서 행복감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런데 문제는 매일 아침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이자, 아들 둘을 깨우고 먹이고 입혀서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출근해야 하는 워킹맘인 내가 여유 있게 브런치를 먹을 수 있는 날은 1년 중에 하루도 있을까 말까 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는 엄마의 사랑과 돈과 시간이 필요한데, 직장을 다니는 워킹맘의 경우에는 시간이 가장 그리고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고픈 아이들을 떼어 놓고 브런치를 먹기 위해 주말에 나가는 것이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아이를 낳은 뒤로는 언젠가부터 브런치를 먹고싶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안 하게 되버린 것 같다.
그런 내가 이제는 밤에도 새벽에도 브런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곳, '브런치'를 통해서! 나는 이제 퇴근 후 아이들이 모두 잠든 시간, 그리고 출근 전 아이들이 아직 자고 있는 시간에 나는 나만의 브런치를 만난다. 시간의 제약 없이 만날 수 있고 내가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 안에 있는 수많은 생각들을 글로 쓸 수 있게 공간을 내어준 브런치에 나는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처음 '브런치' 사이트를 알게 되었을 때', 글을 쓰는 공간인데 왜 브런치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싶었는데, 문득 (먹는) 브런치와 (글을 쓰고 나누는) 브런치가 참 여러 가지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 사이트를 만든 팀들도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사이트 이름을 브런치로 지은 게 아닐까?'라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내가 좋아하는 (먹는) 브런치와 (쓰는) 브런치의 공통점 3가지를 정리해 봤다.
브런치는 거창하지 않다. 식사라고 하면 왠지 한 끼를 책임지는 요리를 해야 할 것 같고, 국과 반찬과 요리가 가득한 한 상을 차려야만 할 것 같아 요리를 하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부담이 된다. 밥과 국, 반찬, 요리가 가득해야 하는 식사와 비교했을 때 브런치는 심플하다. 그래서 부담 없이 편안하게 먹을 수 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브런치 메뉴인 오믈렛의 경우, 식사 요리에 비해 요리 시간이 그리 짧지는 않다. 양파, 버섯, 브로콜리, 콜리 플라워를 올리브유와 함께 먼저 볶고 다른 팬에는 베이컨을 바삭하게 구워 잘게 썬 뒤 야채와 합쳐 다시 볶는다. 또 다른 팬에는 심을 제거하고 채에 내려 부드럽게 풀어놓은 계란을 넓게 펼쳐 굽는데, 어느 정도 계란이 익으면 한쪽에 따로 볶은 각종 야채와 베이컨을 올리고 치즈를 듬뿍 올린 뒤 계란으로 덮어 마무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달콤한 오렌지 주스 또는 쌉싸름한 자몽주스와 함께 완성된 오믈렛을 세팅하면 나만의 브런치 완성!
대단한 요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말 간단한 요리는 아닌 이런 브런치 메뉴도 식사와 점심식사 두 끼를 다 먹기에는 부담스러울 때 먹는 브런치는 위에도 부담을 안 주고 마음의 여유까지도 가져다준다.
이 곳 브런치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작가 신청을 하고 심사를 받아야만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지만 심사를 통과한 후에는 언제 어디서든 편안한 마음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 출간하는 것 외에는 나의 생각을 공유할 길이 없어 답답했던 사람들이 이곳에서는 작가가 되어 글을 써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고, 독자들은 일상을 되돌아보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결코 가볍지 않은 다양한 글들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브런치'이다.
브런치는 메뉴가 다양하다. 빵, 과일, 요거트, 시리얼, 샐러드처럼 간단히 먹는 브런치도 있지만 각종 야채와 치즈가 들어간 오믈렛, 햄/베이컨과 계란 프라이처럼 한 끼 식사만큼 든든하고 영양도 골고루 갖춘 브런치도 있다. 본인의 취향에 맞게, 그 날의 입맛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는 브런치 메뉴처럼 이 곳 브런치에도 정말 다양한 글이 있다.
게다가 그 다양한 글들을 주제별로도 볼 수 있고, 작가별로도 볼 수 있다. 추천글과 인기글 세션도 있어 어떤 주제를 보고 싶을지 고민될 때 둘러보며 읽고 싶은 글을 찾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출간 경험이 출간 예정이 있는 작가 또는 구독자수가 1,000명이 이상인 작가님들이 발간하는 요일별 매거진까지!
다양한 글들을 골라 읽기 쉽도록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분류되어 있는 브런치는 작가로서도 독자로서도 정말 말 그대로 '골라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아침식사도 아니고 점심식사도 아닌 브런치가 주는 브런치 만의 느낌이 있다. 정기적으로 비슷한 시간에 먹는 아침/점심식사가 아닌 일상을 약간 뒤틀어 아침과 점심 사이에 먹는 브런치는 브런치를 먹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까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내가 편안한 시간에 부담 없이 먹는 브런치는 그래서 더 여유로운 것 같다.
이 곳 브런치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는 밤늦게 혹은 아침 일찍 일어나야지만 글을 쓸 수 있는 내 상황에 대해 전혀 여유가 없어 보인다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 자신만을 위해 오롯이 쓸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에게 밤이든 새벽이든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시간은 내가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기에, 나에게 있어 이 시간은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다. 주말 오전 여유 있게 먹었던 맛있는 브런치를 대신하여 이제는 이 곳 브런치가 나에게는 삶의 여유를 느끼게 해 준다.
(먹는) 브런치, (글을 쓰고/읽는) 브런치... 생각해볼수록 닮았다. 그래서 이름을 브런치로 지었나 싶은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어쨌든 나는 브런치에 흠뻑 빠져 들었고, 다시 브런치를 즐길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나 또한 언젠가는 브런치 추천글과 추천작가에 내 글과 이름을 올리는 날이 꼭 오기를 소망해보며, 오늘 나만의 행복한 브런치 시간을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