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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세담 Jun 11. 2019

살다 보니 좋은 날이 오긴 오네~

"왜 아무도 애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든지 말 안 해줬을까요?"

"응? 자기가 너무 힘들어서 빨리 출산하고 싶다고 했을 때마다 내가 누누이 얘기했잖아. 아무리 힘들어도 향후 5년 중에 오늘이 제일 편한 날일 거라고..."


"아... 진짜 그때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는데, 이제 정말 실감이 나요. 5년이나 있어야 한다고요? 그럼 5년 지나고 나면 좋은 날이 오는 거예요?"

"아... 솔직히 최소 5년이고 더 길어질 수도 있는 것 같아. 또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생긴다고나 할까... 그래도 최소한 밤에 잠 못 자는 건 5년이면 되는 것 같아..."


"정말... 애 키우면서 회사 다니는 동기들, 선배들이 대단해 보여요.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어요."

"ㅎㅎㅎ 그래도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야. 나도 지난 주말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 아들 둘 집에 두고 남편이랑 영화도 보고 왔어."


"아, 저는 멀었네요. 오긴 오는 건가요... 그 좋은 날이라는 거..."

"왜~ 지금도 좋은 날이지. 꼬물꼬물 엄마만 찾는 그때가 몸은 힘들어도 행복지수는 제일 높을 때일걸~ 애들 크는 거 순간이니까 매 순간 감사하고 행복하고 그래야 해! 그렇게 좋은 날을 매일매일 살다 보면 또 더 좋은 날이 오더라고~"


작년 가을 출산 후 1년간 육아 휴직을 할 예정이었던 회사 후배님이 예정보다 몇 개월 복직을 했다. 힘들어서 회사로 도망 나왔다는 웃픈 말이 반은 농담 반은 진심이라는 걸 잘 알기에 후배님의 결정을 지지해 주었다. 왜 아무도 아이를 낳고 아기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머리로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를 키우는 게 정말 힘들다고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를 다니는 게 상상했던 그 이상으로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아이 키우면서 얼마나 행복한지 말고 얼마나 힘든지를 얘기해 주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투정 아닌 투정을 했다.




24시간 모유 수유를 할 때도, 아이들이 통잠이라는 걸 자기 전에 매 2시간마다 잠이 깨서 보챌 때도 나는 행복했다. 심지어는 아이들이 엄마 껌딱지라 속된 말도 정말 똥도 내 맘대로 못 누던 그 시절이 지나고 보니 그립기까지 하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행복과는 별개로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날을 기다리기도 했었던 것 같다.  


한 달 전에 첫아이 임신한 이후 처음으로 (만 10년 만에) 남편과 둘이서 아이들만 집에 두고 영화를 보고 왔다. 집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는 영화관이었지만 처음으로 아이들끼리만 두고 나간 거라 영화를 보는 내내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걱정을 했는데, 웬걸 아이들은 그 시간 동안 주중에 금지되어있던 게임 삼매경에 빠져 아주 잘 놀고 있었다. 걱정했던 마음에 허탈하기도 했고 어느덧 이렇게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뭔지모를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라는 존재는 평생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는 버팀목이자 지지대 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커 가면서 엄마가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은 줄어 드니 그게 시원섭섭하다는 선배맘들의 얘기가 무슨 말인지 이제는 조금씩 알 것도 같다.




살다 보니 좋은 날이 온다.

그런데 그 좋은 날이 갑자기 온 것은 결코 아니다.

오늘이 있게 한 어제, 그제... 그 모든 좋은 날들이 모여 오늘을 좋은 날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과 내일... 그 하루하루가 모여서 또 좋은 날들을 만들어 줄거라 믿는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은 늘 새롭고 경이롭다. 아이들과 함께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마음껏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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