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 믿는 거야? 믿는 척하는 거야?
첫째 : 엄마, 올 해는 산타 할아버지가 어떤 선물을 주실까?
둘째 : 응응 나도 궁금해. 산타 할아버지가 어떤 선물을 주실까?
안 그래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23일까지 택배로 받으려면 늦어도 금요일 오전까지는 주문해야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데, 이 참에 뭐 받고 싶은지 한번 물어보고 주문해야겠다!
엄마 : 그러게~ 산타 할아버지가 올 해는 무슨 선물을 주실까? 우리 아들들은 어떤 걸 받고 싶어?
둘째 : 나 주말에 토이저러스 가서 둘러보고 뭐 받고 싶은지 소원 빌 거야.
안돼! 오프라인 매장은 물건이 더 비싸단 말이야! 온라인으로 시켜야 하는데 주말에 주문하면 택배가 제때 못 올지도 몰라! 너무 늦다고!
첫째 : 동생아, 그렇게 촉박하게 소원을 빌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준비하시기가 힘들어.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 전 세계 다른 아이들 선물도 다 챙기셔야 돼서 주말이면 이미 선물 준비는 끝나셨을걸?
둘째 : 아, 그래? 그럼 안되지. 근데 나 뭐 받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해?
첫째 : 응, 우리가 지금 휴대폰으로 찾아보고 소원을 빌어야 해. 늦어도 목요일까지는 소원을 빌어야 산타 할아버지도 준비할 시간이 있어, 그렇지 엄마?
엇? 요 녀석 봐라. 온라인 주문의 정확한 데드라인을 아네. 어랏, 윙크까지 살짝. 뭐야 뭐야~
첫째 : 엄마, 요즘에는 새로 나온 장난감도 많아서 산타 할아버지가 잘 모르실 수도 있으니까 우리가 한번 검색해보고 소원을 빌게. 휴대폰 잠깐 빌려 주세요.
어... 그.... 래... 여기 휴... 대폰.... 여기 있... 다....
둘째 : 형아, 이 레고 재밌어 보인다. 이걸로 선물 달라고 소원 빌까?
안돼! 그거 중국에서 배송 오는 해외 직배 상품이라고! 지금 시키면 1월이나 돼야 올 거야!! 다른 거 골라! 다른 거!
첫째: 응, 그건 안돼. 그거 선물 받으려면 산타 할아버지가 중국에 들러서 선물을 찾아오셔야 돼서 우리 집에 크리스마스 때까지 못 오셔. 다른 거 골라.
둘째 : 아, 그래? 그럼...... 이건 괜찮아?
첫째 : 음... 그건 괜찮은 것 같아. 그걸로 할래? 형아는 이걸로 할게. 엄마 우리 받고 싶은 선물 정했어.
아, 그리고 엄마. 엄마는 산타 할아버지랑 친하니까 언제쯤 오실 건지도 살짝 물어봐줘.
지저스! 아들아, 너... 혹시... 천재니? 그나저나 너 왜 자꾸 윙크하니?
에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 긴장감 어쩔... 엄마는 진이 빠지는구나...
내가 산타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믿는' 착한 어린이들에게만 선물을 주신다고 하니, 본인들은 절대적으로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믿는다 주장했었다. 하지만 오늘의 대화를 끝으로 4학년 첫째는 믿는 척이 확실하고 1학년 둘째는 아직까지 미심쩍어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아직은 긴가민가한 동생에게 산타의 존재를 알리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선물을 받기 위해 요리조리 설명하는 첫째가 너무 귀여워 산타 할아버지를 믿는다는 걸 믿어 주기로 결정!
아이들 선물은 어제 회사에 도착 완료! 오늘 점심때 포장해서 차에 두고 밤에 살짝 꺼내와야겠다.
특별요리는 허니버터 갈릭 치즈 랍스터다! 이번에는 8마리를 시켰지!! (지난번에 4마리 시켰을 때 난 겨우 집게 다리 하나만 먹을 수 있었다. 훌쩍. 이번에는 나도 한 마리는 온전히 먹을 거야! 엄마도 랍스터 좋아한다고!)
케이크도 두 개 사야지. 크리스마스이브날, 크리스마스날 두 번 다 먹어야지!
영화는 어떤 게 좋을까? 아이들하고 다 같이 볼 수 있으면서도 재미와 감동이 있는 그런 영화를 찾아봐야겠다!
돌이켜보면 산타 할아버지를 믿든 안 믿든 1년에 한 번 산타 할아버지께 착한 어린이 상을 받는다는 건 꽤나 즐거운 추억이었던 것 같다. 특히, 산타 할아버지를 '정말로' 믿었던, 그래서 할아버지 오실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졸린 눈 비비며 12시가 되도록 기다리다 잠들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우리 아이들도 이번 크리스마스에 이렇게 또 한 번 소소하지만 특별한 추억을 쌓기를 바라본다. 인생은 결국 추억 쌓기 여행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