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게 이기는거야
역사적인 날, 제주살이 1000일이 됐다. 1년만 살고 올라간다고 했는데 그렇게 시간이 흘러 1000일이 됐다.
누군가에게는 난 5년 살았어~ 난 이제 그런 숫자도 셀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오래달리기에 약한 내게 이 숫자, 이 시간은 너무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예전에는 일기로 제주살이를 기록 해놨는데.. 귀찮아서 멈췄더니..감정의 몽글함이 덜해서 다행이다.
막 제주에 왔을 무렵 코로나가 터졌고, 지금 보다 덜 친했던 종운이가 1000일이 돼서 외식을 한다고 함덕 교촌치킨을 갔다. 마치 친구 생일이라 용돈을 꼬깃꼬깃 모아 읍내를 나온 친구들처럼 축하를 해주면서, 야 나 천일엔 뭐하고 있을까~ 그때까지 제주도 있겠나! 없을 것 같다고 했는데
여전히 눈을 떠서, 날씨를 체크하고 있다.
제주에 내려온 이유야 어찌 됐건, 1년만 살겠다던 그리고 3년이 마지노선이라던 내게 지난 3년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여전히 미련 많게도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과 유일했던 취미가 일이 됐고, 평생직장인으로 살 것 같던 나는 인생에 예정에도 없던 자영업자가 됐고, 3권의 에세이 책이 나왔다. 광고도 찍었고, 독거노인이지만 서울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괜찮은 집에서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제주에 살고 싶다 생각했는데 막상 제주살이를 하게 되니 힘든 점이 많았고, 하루에 한 번씩 오는 오촌기를 이겨내곤 했다.
지금의 시간을 보내는데 있어, 절대 혼자 보낼 수 없는 긴 시간이었다. 서른다섯 첫 자취, 그것도 타지 생활을 선택함에 존중(?) 하긴... 일방적인 통보였지만 제주로 간다고 했을 때 가버리라고 했던 가족, 고독사 할까 봐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 준 오랜 친구들, 그땐 코로나 초기라 제주도 집이 거의 아지트였지. 중간중간 손절한 사람도 있고, 제주살이 하면서 만나고 싶지 않은 이상한 사람도 있었다.
인간은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로운 존재. 곁에 있어주는 토끼 친구들과 홀덤 팸, 지금에 업을 하면서 동료 사진작가들 함꼐하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무엇보다. 낯선 타지에 내려왔을 때 적응하게 따뜻하게 도와준 레이지 커피 인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인아야... 버텼다...^^)
막상 글로 표현하고 쓰려니
지금의 몽글한 마음이 덜하지만
그만 울고, 많이 웃자.
잘 버텼다. 진짜 잘 버텼다.
예민하고, 애 같은 친구 곁에 있어줘서들 고맙습니다.
3년 뒤에 이 글을 봤을 땐
제주에 건물을 지었을 거고, 여전히 변함없이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아닌 좋아하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