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지사진관 Aug 14. 2024

별똥별 쇼 앞에 나는 낭만을 보았다.


"오늘 밤 별똥별이 쏟아진데"

"에이 그거 눈으로 보이겠나?"

반반 믿다가. 그래 그럼 일단 저녁에 다시 이야기하자구~ 헤어진 친구들 

맥도날드 사서 드라이브 겸 가볼까?라는 말에 친구들이랑 수다 떨다 별똥별을 보러 간다며 

황급히 자리를 일어났다.

"야 유튜브로 봐~"

그래 유튜브로 보는 게 더 괜찮겠다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헤드랜턴을 끼고 마치 아람단처럼 챙겨서 부랴부랴 나갔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

제주도 도로는 정말 차가 없는데

신기하다. 차가 정말 많다.

11000고지를 올라가는 도로는 구불구불하고, 밤에는 위험해서 앞지르기를 할 수가 없는데 

그래서 소시지라고 할 정도로 졸졸졸 다들 한 줄로 올라간다.

우아, 낭만 있잖아! 

우리는 1100고지까지는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으나 소세 시 틈에 분위기에 휩쓸려 어리목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돗자리를 펴 놓고 누워서 별을 기다리는 게 아닌가! 

우아... 낭만이다.

친구들이랑 흔히 낭만 있네! 낭만이노!라며 영혼 없이 말할 때도 있었지만

퍽퍽한 세상에도 아직은 이런 낭만이 있네

자 이제 우리도 자리를 잡아보자. 근데 응? 낮에는 37도였는데 여기 오니 17도네 어쩐지 외투 하나 챙기고 싶더라. 최대한 빛이 없는 곳에 자리를 잡고, 고개를 들어본다. 앗. 눕지 않는 이상 고개를 오랫동안 드니 별똥별 보려다가 목에 다 걸릴 것 같다. 페르세우스, 기린자리 등등 주변이라고 해서 그쪽을 열심히 봤다. 

"우아!" 

별똥별이 하나 떨어질 때마다 사람들이 소리 지른다.

젠장 하필 햄버거 먹고 있을 때였다.

"저기 봐!"

"거짓말하고 있네"

고요한 시간 속에 너도 나도 별똥별을 봤다는 구라뽕과

하도 한곳만 응시하니

왜 눈 깜빡 깜빡거리면 뭐가 약간 시야에 보이듯 그런 느낌마저 별똥별인 것 같기도 하다.

쇼라고 해서 엄청 쏟아질 것 같았는데 기다림의 연속이고, 떨어지는 건 찰나다

친구가 별똥별 보면서 소원이 뭐가 제일 많은 줄 알아?"

"뭔데?"

"아! 래 "

아.. 그렇다... 별똥 별 보고, 어!, 아! 하는 순간 이미 떨어졌다.

그래도 떨어지는 별똥별에 소원을 빌어본다.

이뤄질지 안 이뤄질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간절하게 기다렸다.

거의 끝날 무렵 인증숏을 찍자고 하고, 삼각대를 놓고, 같은 곳을 보는데

정말....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 같던 별똥 별이 떨어졌다.

순간 직감했다

찍혔겠다.

친구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안 찍혔어?

어 이상하네. 앗... 촬영하고 장노출 걸어 놓은 순간 전화가 왔다는 사실...

타이밍 정말...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정말 헉하고 놀랄 정도의 순간을 봤기에 

눈으로 봤으니 됐다 싶다.

집으로 가는 길 

1100고지 노루들이 다 놀랐을 것 같다.

 이 시간에 이렇게 차들이 여기에 많다니

사진으로 별똥별 떨어지는 순간은 담지 못했지만 

보러 가는 과정과 순간들의 시간은 낭만이었다.

낭만을 깨트린 건

화장실 급했던 나의 방광과 

낮에는 37도였는데 17도에 반팔 반바지로 버텼다는 사실

(추워서 구명조끼 입음)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서 인스타그램 감성의 웨딩사진이 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