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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사진관 Aug 15. 2024

일 년에 한번 나를 위한 날, 생일!

일 년에 단 하루 누구에게나 있는 날 생일

나는 생일이 좋다. 좋아한다.

친구들의 생일, 아는 사람들의 생일도 메시지 하나 보낼 만큼 이날은 축하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생일을 기점으로 주변에 많은 것들이 변할 거라 생각했고,

역시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삔또가 나가기 시작하면 그냥 끊어버리는 성격에

풀 마음도 애정이 있어야 풀지라고 생각한다.

상대 나에게 풀 마음조차 없어, 그럴 애정이 없어 보여 하염없이 기다리다 놓아버리거나 등등

아무튼 생일축하해라는 다섯 글자 메시지, 안부가 모두에게 고마웠던 날

꼭 선물이 아니라도 말이라도 따스하게 하는

나도 그런 사람이 되자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언제 38살이 됐지

시간 너무 빠르다 진짜.

촬영이 끝나고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니 근데 우리 어제도 새벽 2시까지 이야기하고, 보정하고 그랬는데

밥 먹고 애들이 집에를 안 간다?

카페에 갑자기 가자고 하길래 밤 10시 30분에 무슨 ㅋㅋㅋ 제주도에서 카페를 찾냐며 ㅋㅋㅋㅋ

공원 가서 산책이나 하다가 집에 가자고 했는데

알고 보니 친구들이 00시에 맞춰 케이크를 해주려고 했다는 사실

헐.........

내가 나름 서프라이즈 이벤트에 최강자인 친구 중 한 명인데

막상 이런 걸 받으니

굉장히 부끄럽고, 고맙고, 그렇더라 마음이

생일 38살

일 년에 한번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날. 감사하게도 뜻밖에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이어온 친구, 지인들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다섯 마디를 받는 날. 또 이렇게 올해가 지나면 내년 생일을 기다리겠지만

가족. 태어난 이유.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날. 그저 고맙고. 고맙다는 말 밖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나이. 진짜 나이 많이 먹었다. 철 좀 들고 나답게 살자. 고생 많다 몸 무겁게 살아가고 있어서

원래 생일날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좋다 다 모여 잔치나 하자 싶어 애들 불렀는데

또 먹는 거 하나 짜치게 먹는 거 안 좋아해서 장을 봤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웃백 갈걸... 생일 두 번 했다간 거덜 나겠어

아나가 미역국을 해왔다.

생각해 보니 생일인데 미역국 안 먹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있었다.

와....................솔직히 좀 감동이고, 진짜 맛있었다.

눈물이 날 뻔했으나

너무 더웠다.


생일이라며 다들 바쁠 텐데 시간 내서 와줘서

축하도 해주고, 열심히 놀아줘서 고마웠다.

그렇게 우당탕 생일이 끝났다.

생일자는 물에 한번 안 들어가고 밖에서 놀고먹다가 깜띵이가 됐다.

또 내일이면 8월 12일 이후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내년 생일에는 또 어떻게 보낼까

아니 그때까지 살 수 있을까? 등등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 짐 정리하고 이래저래 씻으니 밤 10시.

피곤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등등

"생일 2시간은 남았는데 밤바다 보러 갈까?"라는 말에

삼양 바다로 향했다.

1분씩 지날 때마다 생일축하한다는 말을 해준다고 해서

정말 1분마다 생일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


밤바다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래도 제주에 사니까 이렇게 밤바다 보고 싶으면 올 수도 있고 좋긴 좋네

내년 생일에 우린 함께 할 수 있을까? 등등 이야기를 나눴다


8월 11일 23시 59분

이제 1분 남았다.

생일축하했어 엄지야


8월 12일 00시 00분

또 누군가의 생일이겠지


38살이나 먹고 아직도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일에 대해 스트레스받고, 뭐 해 먹고 살지

앞으로의 불안감 등등

근데 또 운동하러 가면 재미있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행복하고 등등

동전의 양면처럼

감정도 오르락내리락 한다.


바라건대

회복할 수 없는 틀어진 관계는 서로의 안녕을 바라면 되고,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 틀어진 관계는 적당히 거리를 뒀다가 유연하게 흘러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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