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앱 제시단어 : 보기
[제단글 : '제시단어로 글쓰기'의 준말. 제시 단어를 앱(RWG)을 통해서 받으면 그 단어를 주제 또는 소재로 하여 글을 쓰는 것.]
- 앱 제시단어 : 보기
- 그림 : chatGPT 4o
-----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외모나 겉모습이 뛰어난 것은 실제 그 내용이나 성능도 좋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는 패션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 사람이긴 하지만, 적어도 내 눈에 어떤 것이 더 이뻐보이는지 까지는 모르지 않는다. 분명 이쁜 게 있고 덜 이쁜 게 있기 마련이다. 뭔가 다른 이유가 없는 한 좀더 이쁘고 세련된 것에 손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보기 좋은 것에 대한 선택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그 기능성이다. 이쁜 것이 사용하기에도 더 좋을 것이라는 그 기능성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쁜 것을 마냥 고를 수는 없는 것이다. 이쁜 옷을 입었는데 너무 불편하다면 결국 손이 가지 않을 것이다. 디자인이 멋진 자동차가 자꾸 고장이 나서 A/S를 받느라 타기도 힘들다면 결국 그 제품은 판매가 되지 않게 된다.
그럼, 그것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보기 좋은 만큼 쓰기에도 좋은지는 어떻게 볼 수 있는가? 보자마자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밖에 없다. 직접 써보는 것이다. 선발대가 되어 입어보고 써보며 그 제품의 효용성에 대해서 느껴보는 수밖에 없다. 이런 분들을 우리는 얼리 아답터 라고 부른다.
이런 얼리 아답터들이 미리 경험해본 제품이라면, 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써보고 그 리뷰를 남긴 제품이라면 그래도 훨씬 편리하다. 사람들의 집단지성은 생각보다 날카롭다. 그걸 따라가면 분명 그 효용성이 입증된 것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외모가 뛰어난 사람은 그 내용도 좋을까? 외모를 가꾸는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또는 변호사와 같은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것에도 노력할 것이다 라는 논리를 가져다 붙일 수는 있겠으나, 이또한 위에서 설명한 것들과 비슷하다. 결국 집단지성의 리뷰가 정답이다.
주변에 사람이 많고 평판이 좋은 사람이라면 분명 주변에 폐끼치지 않으면서 자기 할 일을 잘 하며 사는 사람일 것이다.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고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이상 볼 것도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얼마전, 내 지인 중 한 명이 꽤나 힘든 부탁을 해온 적이 있다. 자신이 투자를 하다가 사기를 맞게 되었는데, 그걸 내가 변호사와 얘기를 해달라는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자신은 말을 잘 못해서 중언부언하면서 말만 길어지고 변호사와 대화하는 게 쉽지 않으니, 내가 그 투자 및 사기에 대해서 공부를 한 후 자기 대신 변호사와 얘기를 해서 해결 방안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이것은 말이 안되는 부탁이다. 자기 일에 대해서는 자기가 책임지고 해결을 해야지, 저런 부탁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이없는 부탁라고 나는 생각했다. 결국, 내가 곤란해 하며 거절을 했음에도 그 지인은 결국 부탁에 부탁을 하며 어제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 결국 간단하게나마 변호사와 대화를 같이 했다.
위에 내가 쓴 글에 따르면... 더잇상 볼 것도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자기만 생각하는 방식에 솔직히 나도 이번에 깜짝 놀랐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기에 뜨악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보기좋은 녀석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녀석이었는데, 이번의 상황을 봐선 자기가 급해지면 주변을 잘 배려하지 않게 되는 모양이다.
인간관계라는 건 칼로 두부를 베듯이 딱 잘라지지 않는다. 뭔가 바로 관계가 끊어지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적어도 예전만큼의 관계는 되지 않을 것 같다. 자연스럽게 조금씩 멀어지는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거꾸로, 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있을지가 걱정이다. 보기도 좋고 자기 할 일도 잘 하고 사는 놈이라는 평판 근처에는 가 있을까? ... 나란 놈이 주변에 폐나 안끼치고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조만간, 친구들 눈치나 보며 술이나 한 잔 먹자고 해봐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