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앱 제시단어 : 암
[제단글 : '제시단어로 글쓰기'의 준말. 제시 단어를 앱(RWG)을 통해서 받으면 그 단어를 주제 또는 소재로 하여 글을 쓰는 것.]
- 앱 제시단어 : 암
- 그림 : chatGPT 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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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오늘의 제시 단어가 '암'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암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아버지께서 그 암이라는 병 때문에 5년 전 쯤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할 말이 많아지면서도 막상 뭘 써야 하나 싶으면 아픈 기억을 건드리게 될까봐 그저 뒷머리만 긁적이게 되는 사연 많은 주제가 아닐 수 없다.
고민하다가,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가슴을 치며 후회했던 나의 실수를 써보려 한다.
아버지는 판단이 매우 빠른 분이었다. 머리가 굉장히 좋으신 편이라 항상 몇 수 앞을 바라보시곤 했다. 625전쟁을 5살때 겪으시며 격랑의 세상을 사신 분이기에 학교를 제대로 다니진 못하셨고, 그것 때문에 컴플렉스가 있기도 하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전광석화와 같은 판단력은 분명 믿고 따를 만한 것이었다.
암 때문에 몸의 거동이 계속 힘들어지고 계셨다. 보다 못한 나는 당근에서 휠체어를 구해서 아버지께 드렸다. 그걸 타고 움직이면서 아버지는 나에게 아픔이 사무치는 얼굴로 이렇게 말씀하셨었다.
"나 정말 높은데서 떨어져서 죽어버리고 싶어."
난 그때 아버지를 살리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모든 암 환자의 가족들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암과 관련된 책을 읽고 좋다는 약을 알아보고 민간요법을 알아보면서 어떻게든 아버지의 생명을 되살려보려는 노력을 엄청나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 말씀을 어떤 마음으로 하셨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아버지의 빠른 판단으로, 이미 자기에겐 고통만이 남아있다는 걸 알고 계셨던 것이다.
마지막에 병원의 담당 의사가 "항암제가 듣지 않는다"라는 걸 돌려돌려 얘기했을때, 아버지는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우리에게 번역해 주셨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에 밀려오는 고통에 힘들어하고 계셨다.
고통은 커지고 있는데, 나아지진 않을 거라는 말을 들었다면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저 말은 딱 그 마음을 표현한 것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내와 아들, 딸을 보며 실제로 그걸 실행할 수가 없으셨다. 결국 아버지는 가족들의 희망의 끈을 위해 마지막까지 고통스럽게 암을 받아들이셨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병원에서 그렇게 고통스러운 수술과 항암치료를 하지 말고 우리끼리 좋은 시간을 보내기라도 했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결국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은 다가왔겠지만...
가족의 소중함이 새삼 다가온다. 죽음의 의미를 깨닫고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닥쳐오고 만다는 진실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깨닫게 되는 건,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와서 깨닫는 건, 그때 아버지에게 필요한 건 죽음이었다. 호전될 희망이 남아있지 않고 고통만이 남아있는 시간들을 없애줄 수 있는 일련의 조치였다. 그게 가족으로서 해야할 배려였을지 모른다. 아프지만, 너무 아픈 얘기지만...
물론, 아버지는 우리 가족이, 그리고 내가 어떤 마음으로 아버지를 간병했는지 잘 알고 계셨다. 그래서, 그 고통을 그렇게 감내하셨던 것이기도 하다. 그런게 가족에 대한 사랑인가 싶어 또다시 눈물을 흘리게 된다.
부디, 우리 가족이 모두 건강하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아픔의 순간이 왔을 때, 서로에 대한 진정한 배려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