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다.
요즘은 계속 등반을 앞두고 망설인다.
갈까 말까?
마음이 이런데 컨디션 마저 바닥이다.
이럴 땐 쉬어야 하나 했다가도 이렇게 다 포기하면 다시는 등반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조바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걸 고민이라고 10년째 한결같이 생각하고 있는 나도 참...
애초 예정되었던 한우물 암장이 아닌 무당골 암장으로 갑작스럽게 등반 장소가 달라졌다.
음... 뭔가 이름부터... 이랬다.
그런 마음이라 그랬나?
크랙 및 인공등반 교육이 목적이라는 공지를 보고는 오늘 등반은 글렀구나.
생각부터 이랬으니 열심히 설명해 주는 선배님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전 내내 어디 드러누울 곳이 없나 만 떠올렸다.
겨우 왼쪽 크랙 한 판 오르고 점심식사.
배가 부르니 나른해진 몸이 어서 자리에 누우라고 재촉한다.
결국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낮잠을 청했다.
사람들의 등반 모습을 구경하다 설핏 잠이 들었다.
너무 잤나 싶어 위를 쳐다보니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나 보다.
여전히 오르고 있는 사람들.
슬슬 기운을 차려야지.
배고프면 기운이 없어 힘들면서 배부르면 얼른 소화시켜하지 하는 이 마음은 무엇인고?
다시 오를 채비를 해본다.
무당골 암장에서 난이도가 쉽다는 오른쪽 크랙.
발이며 손이 꽤나 아프다.
어디를 잡아야 하나가 아니라 어떻게 째밍을 할 것이냐 이것이 오늘 등반의 요점인데 못하겠다.
손등이며 팔이 더 까질 때쯤 내려왔다.
오늘 등반은 여기서 쫑.
아무 생각 없다.
그런 날도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