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보산 치마루암장
나는 왜 여전히 등반을 하고 있는 걸까?
등반 일정을 확인하고 참여 댓글을 달기까지...
막상 참석을 한다고 결정하면 그때부터 또 망설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이렇게 망설임이 많은 성격이었던가?
바위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나.
너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람들의 말이 위안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지기 힘든 건 아마도 나를 바라보는 내 기대치가 그 이상인가 보다.
모순이다.
몇 년을 반복한 이 망설임은 매 등반마다 어김없이 마음을 저울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짐을 꾸려 길을 나선다.
올해는 등반을 열심히 해봐야지 했는데 어느새 9월이다.
그만 좀 망설여보자.
천보산터널 진입 전 차에서 내려 25분간 산으로 오르면 나오는 그곳.
양주에 들어서면 멀리서 바라보이는 바위를 보며 설마 저 바위는 아니겠지 말하고는 했는데 그 바위가 바로 이 치마루암장이다.
여자 치마폭을 닮은 바위라나!
나는 잘 모르겠는데 몇 년 전 이 바위를 처음 마주한 꼬맹이가 치마 같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내가 이상한가? 생각했던 바위. 치마루 암장으로 향하는 길.
비교적 짧은 접근길임에도 땀이 비 오듯이 흐른다.
주변에 차들이 많은 것이 오늘은 등반자가 많겠구나 생각하며 암장으로 향한다.
아니나 다를까?
부천에 있는 등산학교에서 강습 중이었다.
이미 여러 등반자가 저 위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니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온 게 분명해 보였다.
서둘러 줄을 달고 오르는 선등자.
밖에서 보면 디딜곳도 없어 보이는 절벽인데 막상 용기 내 부딪혀보면 뭐든 한 발이라도 디딜 수 있는 것이 이 바위의 특징이다.
내 바위 오름짓에 처음으로 용기를 준 암장이라 괜히 정이 가는 바위다.
갈까 말까 우물쭈물하면서도 가는 쪽으로 늘 마음을 먹을 수 있는 건 이 바위가 주는 느낌 때문이다.
뭔가 늘 무섭다고 말하면서도 그 어느 바위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편안함이 있다.
그게 내 마음에서 오는 건지 바위의 각도에서 오는 건지 알 수는 없으나 오늘 산행을 그리 오래 망설이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바위를 오르는 사람들은 설악을 어머니의 산으로 생각한다지만 내가 감당하기에는 늘 버거웠다.
곧 떨어질 것 같이 솟은 낭떠러지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서 그런지 그곳에 가면 설렌다는 사람들이 내게는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지리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럴 수 있다는 선배의 말이 떠오른다.
각자 자신만의 마음이 가는 산과 바위가 있듯이 나도 내 안의 바위를 하나 정한다면 치마루로 해볼까?
문득 나만의 마음속 바위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등반을 쉬는 중간에 이런 생각을 드는 걸 보면 확실히 등반 난이도는 낮을수록 좋은 거다.
물론 내게만 해당되는 사항이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등반 교육과 선등 연습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바위를 향한 치열함이 많이 떨어지는구나 싶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바위를 오르는 걸까?
누군가는 사람 때문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성취감일 수도.
나 또한 사람이 함께 해서 줄을 묶는 이 행위를 하고 있건만 종종 미미한 등반력과 정신력으로 시간을 지체하는 등반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내내 불편하다.
그래서 이 암장이 좋은 건가?
갈 때마다 치열함이 아닌 편안함이 잠시나마 느낄 수 있어서?
꼭 어려운 등반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편안함이 있는 바위를 찾아 마음이 즐거운 등반을 해보고 싶다.
어딘가에 있을 나의 바위야.
부디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