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않아 마을을 산책할 때 첫째 아이가 길가에 떨어져있는 종이를 주워와 거기에 적혀있는 글이 어떤 뜻인지를 물어왔었다. 그 때 그 종이에 적혀있었던 글귀가 마치 영화속의 장면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정확한 표현이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종이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있었다.
Peaceful does not mean the absence of conflict. It is about maintaining peace of mind even in conflict.
평화는 갈등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평화는 갈등속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인생은 마치1년간의 휴식기간동안 나에게 갈등속에서 평화로움을 유지하는 방법을 단련시키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내 앞에 가져와주었다.
캐나다에 오면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마음의 평화를 한껏 누릴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작소 소소한 일들부터, 글로 옮기기어려운 큰 일들까지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과 마주해야했다.
어떤 날은 캐나다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을 만나지 않았을텐데라는 후회마저 들때가 있었다.
마음이 괴로웠던 어느날, 하루종일 생각에 잠겨있다가 문뜩 내가 3차원 공간의 무수히 많은 색상 팔레트 중 어느 한조각 같다는 생각이들었다.
평평한 곳에 서서 앞만을 바라보면나보다 밝은 빛깔의색상들로내가 마주하게된 상황들이 한없이 괴롭게느껴지지만
고개를 들면 발견할 수 있는 수만 수천 빛깔의 서로 다른 삶들을 생각해보면, 내가 겪어야하는어려움은 감당할 수 있는 것이어서 감사하다고.
마흔은 ‘이립’이라고마흔이 넘어서 비로소 마음을홀로세우는 법을 배웠던 것같다.
마음의 평화는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모두 정리가되면 찾아온다고 생각하고있었다.혼란속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누릴수 있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행복의 점수는 다른사람이 주는 상대평가가 아닌 내가 나에게 주는 절대평가라는 것을 문뜩 깨닫게되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누리는 것은 다름아닌 내가 나에게 허락하는 것이었다.
복직 첫 날, 앞으로 담당해야할 일들이 빼곡히적힌 인수인계 메일을 받았다.
머리가 지끈거리려는 순간 8년 전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던때가 떠올랐다. 휴직중에 다른연구소로 발령이나는 바람에 추운겨울 전세난속에서이사를하고, 첫째아이는어린이집을퇴소하고 지원했던 여덟군데의 유치원이 모두 떨어져 낙심하던차에 이사한 곳의 어린이집에 기적처럼 자리가생겨 등원을 시작했다. 그리고 둘째 아이의 시터를 어렵게구한 후 출근을했을때 하필 연구소 전체가 너무 바쁜시기여서 연이어 야근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