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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ungmi Jun 28. 2024

내 행복의 점수


3년 같았던 1년의 시간이지나고

2024년 5월의 마지막날

복직을했다.


캐나다에서 보낸 1년의 시간들은

마치 영화와 같았다.


오붓한 시간들이 너무 행복해서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서

비현실적이었다.


온가족이 함께 밥을 먹고

회사대신 학교에 다니고

매일 산책을했다.

함께있는 시간만큼

많이 웃고

많이 싸우고

많이도 화해했다.


그리고 때로는

너무 괴로워서

비현실적이었다.


예상치못한 상황들로 힘들었고

예상치못한 일들로 아팠다.


캐나다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않아 마을을 산책할 때 첫째 아이가 길가에 떨어져있는 종이를 주워와 거기에 적혀있는 글이 어떤 뜻인지를 물어왔었다. 그 때 그 종이에 적혀있었던 글귀가 마치 영화 속의 장면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정확한 표현이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종이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있었다.


Peaceful does not mean the absence of conflict. It is about maintaining peace of mind even in conflict.


평화는 갈등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평화는 갈등속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인생은 마치 1년간의 휴식 기간동안 나에게 갈등속에서 평화로움을 유지하는 방법을 단련시키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내 앞에 가져와주었다.


캐나다에 오면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마음의 평화를 한껏 누릴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작소 소소한 일들부터, 글로 옮기기 어려운 큰 일들까지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과 마주해야했다.


어떤 날은 캐나다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을 만나지 않았을텐데라는 후회마저 들때가 있었다. 


마음이 괴로웠던 어느 날, 하루종일 생각에 잠겨있다가 문뜩 내가 3차원 공간의 무수히 많은 색상 팔레트 중 어느 한조각 같다는 생각이들었다.


평평한 곳에 서서 앞만을 바라보면 나보다 밝은 빛깔의 색상들로 내가 마주하게된 상황들이 한없이 괴롭게느껴지지만


고개를 들면 발견할 수 있는 수만 수천 빛깔의 서로 다른 삶들을 생각해보면, 내가 겪어야하는 어려움은 감당할 수 있는 것이어서 감사하다고.


마흔은 ‘이립’이라고 마흔이 넘어서 비로소 마음을 홀로세우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마음의 평화는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모두 정리가되면 찾아온다고 생각하고있었다. 혼란 속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누릴수 있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행복의 점수는 다른 사람이 주는 상대 평가가 아닌 내가 나에게 주는 절대 평가라는 것을 문뜩 깨닫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누리는 것은 다름아닌 내가 나에게 허락하는 것이었다.


복직 첫 날, 앞으로 담당해야할 일들이 빼곡히적힌 인수인계 메일을 받았다.


머리가 지끈거리려는 순간 8년 전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던때가 떠올랐다. 휴직 중에 다른연구소로 발령이나는 바람에 추운 겨울 전세난 속에서 이사를하고, 첫째 아이는 어린이집을 퇴소하고 지원했던 여덟군데의 유치원이 모두 떨어져 낙심하던차에 이사한 곳의 어린이집에 기적처럼 자리가생겨 등원을 시작했다. 그리고 둘째 아이의 시터를 어렵게구한 후 출근을 했을때 하필 연구소 전체가 너무 바쁜시기여서 연이어 야근을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얼마나 순조로운 복직인가!


습관처럼 숨가쁘게 업무 파악을 하려는순간 잠시 멈춰보기로했다.


하나뿐인 꿈에서

고싶지않아

부단히도 발버둥치고

버텨왔던 시간들이었다.


이제는 

조금 더 느리고 관대하게

나에게 행복할 자유를 선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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