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언어 습득이 늦었다. 말을 제대로 하기 시작한 것은 네 살 때부터라고 부모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그전까지 할 줄 아는 말은 말이라고 할 수 없는 "어... 어.. 우어..."와 같은 옹알이였다.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몸이 많이 쭈글쭈글해서 영감이라고 놀림받았던 나였는데 말도 늦다 보니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모든 아이들이 적당한 시기에 해야 하는 일을 안 하고 있으니 걱정이 되셨을 법도 하다. 지금처럼 전문 의료기술이 발달한 것도 아니어서 검사는 고사하고 결국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어머니는 지인으로부터 말을 못 하는 것은 못 듣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들으셨단다. 잘 들어야 학습이 되어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말을 잘 못하는 것을 보면 못 듣는 게 아닐까. 지인의 말에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하셨다.
세 살 된 나를 거실에 두고 두 분은 밖으로 나가신다. 창문 밖에서 내 이름을 부르시며 창문을 두드리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주의가 집중될 테니 아마 내가 들을 수 있으면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부모님을 쳐다보겠다고 예상하셨다. 그래서 밖에서 나가셔서 창문을 두드리며 나를 애타게 부르셨다고 하셨다.
"소망아!. 소망아!"
창문을 두드리며 외치는 부모님의 마음은 간절하셨을 것이다. 혹시 얘가 쳐다보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부모님의 간절한 마음을 모르는 나는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단다. 내 이름을 부르는 부모님의 소리에도,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고 나는 그저 멍하니 앞을 보면서 "어... 어..."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내 이름을 부르셨지만 나는 여전히 반응하지 않았고 부모님은 서로 부둥켜안고 우셨단다.
"어떻게.... 쟤... 못 듣나 봐....."
하지만 나는 반응을 안 했을 뿐. 그로부터 며칠 뒤.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여태껏 말하지 않았던 것이 억울한 듯이, 부모님의 슬픔이 무안하게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한국어를 네 살이 되어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언어습득이 늦었다.
중국에 온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럼에도 중국말을 못 하는 것은 나는 언어습득이 늦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