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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망 Nov 09. 2024

나는 색약이다.

나는 적록색약이다. 정확한 명칭은 모르지만 그 색약테스트하는 숫자를 못 읽는 것은 확실하다. 빨강색과 갈색을 구분하기 어려워하고 분홍색과 회색을 자세히 봐야 구분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신체검사 시간에 그 숫자를 못 읽는 내가 참 좋았다. 주변 친구들이 신기해했으니까. 정말 못 읽느냐고 물어보며 여러 가지 색을 보여줬지만 나는 정말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신의 옷을 가리키며 무슨 색이냐고 물어봤다. 그럴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무슨 나를 색맹으로 아냐? 노란색."

"오오오~"


나는 이런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과 다른 나. 그래서 나는 내가 색약인 게 나쁘지 않았다. 

중국에 와서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도 신체검사를 했었다. 이것저것 테스트를 하다가 색약검사도 진행했다. 검사원은 정말 시큰둥하게 색약테스트책을 펼쳤는데 내가 숫자를 읽지 못하자 정말 놀라던 눈이 기억난다. 주변 동료 두 명을 더 불러와 신기해했었다. 그렇게 나는 또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글로리라는 드라마에서 악역이 색약으로 나온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 악역은 색약이 아니라 색맹이었다. 빨간색을 구별하지 못해 신호등을 못 건너는 것은 오버지... 색약을 오해하지 말라고.


그런 색약이 부끄럽지도 불편하지도 않았었는데 오늘은 내가 색약인 것이 조금 아쉬웠다. 아트페어가 열린다길래 미술관에 갔다. 정말 큰 미술관이었다. 여러 가지 흥미로운 미술품들을 감상하며 구경하고 있을 때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는 색과 다른 사람이 보는 색은 다르겠지? '


어쩌면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덜 선명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아니면 내가 지금 보는 것보다 색의 아름다움을 더 느낄 수 있는데 나는 그것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특별함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늘은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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