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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망 Dec 13. 2023

인조에 대한 항변

역사시간. 시험대비 총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이야기를 하면서 인조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세상물정을 모르고 친명배금 정책을 펼쳤다가 결국 청에게 굴욕적인 항복을 했던 왕. 맞습니다. 사실 조선의 나쁜 왕을 꼽으면 선조와 인조를 꼽지만 선조는 조금 변명거리가 있어도 인조는 사실 좋은 점을 찾기 어려운 왕이죠. 

그런 인조를 학생들에게 약간 항변해보았습니다. '명분과 의리' 인조는 명에 대한 의리를 지키려고 했고 그것이 배금 정책의 명분이었다. 굴욕적인 항복을 했지만 명에 대한 은혜와 의리를 지키는 것은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 임진왜란 당시 명은 조선을 살리겠다고 20만의 군대를 보내줬고 만력제는 3000톤의 쌀을 보내줬었다. 결국 임진왜란이 끝나고 약해진 명은 청에게 멸망했다. 조선을 도왔기에 명은 운명을 달리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명을 배신하는 것은 올바를까? 아이들과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반론을 펼쳤습니다. 

"샘. 지금 당장 죽게 생겼는데 의리와 명분, 은혜가 무슨 소용인가요. 일단 살고봐야죠."

맞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죠. 그래서 병자호란 당시에도 최명길과 김상헌이 그렇게 싸웠나봅니다. 

"그래 맞아. 너희들 말이 틀리지 않았지. 일단 살아있다는 것이 먼저니까. 그런데 때로는 신념을 위해, 명분을 위해, 가치를 위해 목숨을 버릴 때도 있는거야. 너희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고."

"에이. 샘. 일단 내가 먼저 살아야죠. 일단 잘 살아야 합니다."

"그래. 그건 맞는데. 우리 선조들. 특히 독립운동가분들은 그렇게 신념, 가치, 나라를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셨지. 그래서 우리는 역사를 배우는거야."


갑자기 토론이 멈추고 무거운 분위기가 우리 가운데로 흐릅니다.

"물론 인조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한번쯤 그 의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된다는 오늘의 수업이었다."


종이치고 수업이 끝났습니다. 아이들이 조금 더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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