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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Kwon Aug 29. 2022

왜 일본 정부는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가


언론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빅 스텝' 운운하더니 이제는 '자이언트 스텝', 거기에 '울트라 스텝' 이라는 단어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고, 한국은행 역시 이에 따라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 와중에 홀로 독야청청 저금리를 유지하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일본이다. 버블 붕괴 이후 20년 넘게 저금리를 유지해 온 일본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이 금리를 올리는 통에 일본도 조만간 올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본에서도 늘고 있다. 우리 부부도 얼마 전 결국 도쿄의 한 맨션을 구입했고 곧 주택 담보 대출 실행을 앞두고 있는데, 집에 돌아오니 갑자기 남편이 지금 상황을 봤을 때 우리도 대출을 고정금리로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하지만 나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국채다.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아베 전 총리는 총리로 취임하면서 아베노믹스라는 경제 정책을 꺼냈다. 초기 아베노믹스는 3개의 화살을 축으로 하는 정책이었는데, 금융 통화 완화, 재정 확대, 구조 개혁이 그것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오랫동안 경제 성장이 없던 침체된 일본에 막대한 돈을 풀어 인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동시에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 구매력을 향상시켜 경제가 활발하게 돌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금융 통화 완화와 재정 확대에서 끝났고 근본적으로 경제 구조를 개혁할 수는 없었다. 시중에 돈은 많이 풀었지만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았다. 많은 기업들은 소비자의 눈치를 보며 가격을 올릴 수 없었다. 이미 가난해진 나라 일본에서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그 물건을 살 수 없다, 혹은 사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들은 아베노믹스 기간 중 높은 영업 이익을 올렸으나, 이것이 임금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랜 시간 불황 속에 놓여있던 기업들은 재투자를 하거나 임금을 올리는 대신 기업 내부에 현금을 쌓아올렸고, 결국 정책은 실패하였다. 문제는 금융 통화 완화를 시행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국채를 대량 발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일본은행은 돈을 찍어내고 그 돈으로 국채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는데, 이 때 10년물 국채를 연 0.25% 이율로 무제한 매입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를 통해 단기 국채수익률은 금리 -0.1%를 유지할 수 있었고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양적 완화가 가능했다. 그러나 현재 2022년이 되어 일본 정부의 세금 지출 계획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국채비가 세출액의 22.6%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일본 재무성




자세히 살펴보면 채무상환비가 14.9%이고 이자 비용이 7.7%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게 되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정부 업무의 다른 곳에 쓸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미 1/5를 국채와 관련된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서 얼마나 일본이 빚을 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아래의 자료에서 일본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서도 압도적 1등이다. 이 모든 것들을 주도해온 일본은행은 절대로 금리를 올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자신이 일하고 있는 시간 동안에는 제발 장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개발자처럼 매일 기도를 하며 어떻게든 이 힘든 고비가 넘어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일본 재무성




하지만 현재 상황이 어쨌든 대출을 앞두고 있는 한 사람의 경제주체로서 나는 금리 인상의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무리 일본 정부라 한들 계속해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는 마당에 오랫동안 버티기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택론 변동금리는 0.3% 에서 0.5% 사이이고 고정금리는 1.5%에서 2% 정도이다. 차이를 계산해보면 1.2%에서 1.5% 정도의 차이가 있다. 아무리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느니 빅 스텝을 밟느니 해도 저 정도의 금리를 올리려면 최소한 반 년은 있어야 하는데, 일본 정부에서 금리를 올릴 때 저렇게 대담하게 올릴 수 있는가 하면 단기간에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일본에는 현재 리더십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정말 이상한 나라이다. 여행자로 방문하면 나라 전체가 깨끗하고 잘 정리되어 있음에 놀라고, 사람들의 질서의식에 또 한번 놀라지만 살다가 보면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 각자가 선뜻 지킨다는 것에도 놀랄 것이다. 일본 회사에 가면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것을 더 잘 느낄 수 있는데, 회의에 들어가면 심지어 관련이 크게 없고 발언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어떤 안건에 대해 결정해야 할 때가 오면, 아무도 결론을 내지 못해 결국 몇 시간이나 회의를 지속한다. 결국 마지막에는 대충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입장을 정리해서 이렇게 가볼까요? 정도로 이야기가 정리되고 그 결론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책임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서서 발언하지 않는다. 정치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소신이나 의견을 가지고 정치를 이끌어 나가는 정치가들은 보기 드물다. (아마 아베가 버블 붕괴 이후 최초이자 최후의 발언가가 아닐까 한다.) 대부분 재무성 같은 관료들에게 받은 정책 방향으로 현상유지하는 정도가 최선이며, 따라서 대단한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이런 사회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대담하게 경제 정책을 펼칠 사람이 있을까? 혹여 금리를 올려서 일본 국내에 어려움이 닥칠 때 책임을 져야 하는 그 자리에 누군가가 당당히 나서서 그 총대를 맬 사람이 있을까? 제발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며 기도에 기도를 거듭하다가 결국 올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왔을 때, 누군가 억지로 흐름에 따라 조절하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나는 일본 정부는 앞으로도 금리를 올리기 힘들 것이라고 본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고 나는 노스트라다무스도 아니기 때문에 틀릴 수도 있지만,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사이에서 나는 주택론을 받을 때 주저없이 변동금리를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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