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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Kwon Oct 06. 2021

나는 내 자신을 평가하지 않는다

오오타니 쇼헤이의 인터뷰

최근 뉴스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구절은 오오타니 쇼헤이의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다. "나에 대한 평가는 내 스스로가 하지 않기로 했다." MVP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된 그에게 미국 매체가 MVP에 대해 묻자 그가 답한 말이었다. (원문: 大谷翔平「自分の評価は自分ではしないと決めている」MVP最有力候補にも淡々, https://bit.ly/3mn9ZzE, Yahoo News)


야구 선수 오오타니 쇼헤이



평가받는 사람들과 평가하는 사회

우리는 평가받는 것에 익숙하다. 한국의 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사회에서 평가를 더 좋게 받기 위해서 노력하고, 내가 받은 평가를 내집단 안에서 비교하기도 한다. 인생의 매 순간이 평가다. 어느 동네에 사는지,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학교는 어디이고 성적은 어떤지, 생김새가 예쁜지 아닌지, 옷을 멋지게 입는지 아닌지 등등 비교와 평가의 연속에서 때로는 좌절하기도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 내가 속해있는 사회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기준이 된다.


인생의 가장 즐거운 순간에 우리는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전시한다. 추억을 남기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슬픈 순간을 포스팅하지는 않는다. 결국, 남들의 눈에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위이다. 그리고 그 포스트에서 받은 좋아요로 자신의 승인 욕구를 채운다. 마치 자신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고 내 인생이 잘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진이 예쁘면 예쁠수록 더 그렇다.


한편으로 나의 평가가 낮다고 느낄 때, 우리는 스스로의 인생에 만족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평가는 누가 내린 것인가? 본인의 인생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정말 사회의 평가가 낮아서인가? 나의 과거를 돌아봤을 때 그것은 사회의 평가와 관련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내 자신이 '이것이 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기준이다' 하고 생각되는 기준을 가지고 스스로를 냉정하게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




때로는 내 자신의 평가가 가장 잔혹하다

사회 초년생일 때를 다시 돌아보면, 나는 매일 나에게 '너는 일을 못한다. 월급 받는 만큼 해내고 있지 못하다.' 하고 평가했던 것 같다. 나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다보니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매일 좌불안석이었고 근무시간이 끝나도 공부를 더 해야된다는 조바심이 들어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러다 우울증으로 세 달 가까이 휴직을 하고 나서야 매일 나에게 주문처럼 외어댔던 평가를 멈출 수 있었다. 휴직에서 돌아오고 나서 바로 이어진 평가 면담이 계기가 되었다. 내 생각보다 주변 평가는 나쁘지 않았고 팀원들에게 오히려 좋은 피드백을 받았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1-2년차의 나는 5-6년차 선배들과 나의 업무능력을 비교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낮은 평가를 주었다. 신입이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선배들을 내 이상적인 모습으로 설정하니 당연히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이 못마땅할 수 밖에 없었다. 이상이 너무 높아서 오는 현실과의 괴리로 내 스스로를 괴롭혔었다.


일 이외에도 외모에 대한 평가도 그렇게 나쁠 수가 없었다. 나는 살면서 매 순간 내가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아이폰이 5년 전 이맘때라며 앨범에 있던 사진을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보여준 적이 있었다. 입사 전에 독일에 가서 한 달 정도 시간을 보내던 때였는데 내 자신이 그렇게 풋풋하고 예쁠 수가 없었다. 5년 전의 나도 내 자신을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인데, 지금의 나는 5년 전의 내가 너무나도 예쁘게 보인다. 사실은 지금 매 순간이 예쁜 순간인데, 인스타그램에 보이는 모델이나 방송에 나오는 아이돌과 나를 비교하니 당연히 그 예쁜 순간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내 자신을 평가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렇다면 어떻게 내가 내 자신을 평가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앞서 소개한 오오타니 쇼헤이의 인터뷰에서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자신의 평가는 자신이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MVP로서 높게) 평가해주신다면 영광입니다."


오오타니는 말한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든지 자신은 자신을 평가하지 않는다. 평가는 누군가의 주관적인 평가일 뿐이다. 사실 평가 자체는 내가 내리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내리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이다. 그 아무리 타고난 미남, 미녀라 한들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 예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것은 그 사람의 기준에서 나온 평가일 뿐이다. 자신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으로 그것이 좋고 나쁘다고 평가하지만 결국에는 그냥 수 없이 많은 기준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가 고등학교 1학년때 세웠다는 만다라트 계획표. 나무위키


오오타니의 만다라트 계획표를 보면 '뚜렷한 목표, 목적을 가지고'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 는 구절이 적혀있다. 최근에 내가 평소보다 못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는가? 그것때문에 조금 우울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에 대한 평가를 멈추고 이 순간에 집중하자.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슬퍼하거나 일이 잘 되었다고 기뻐하기보다는 다만 그 방향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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