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logue 009
주말이면 우리는 평소에 눈여겨보아 둔 장소중 한 곳을 방문한다.
거리나 지역과는 상관없이 그날의 날씨나 기분에 따라 선택하게 되는데, 대부분은 보고 싶었던 건축과 공간, 그 공간이 만들어지게 된 서사, 그 주위를 둘러싼 멋진 풍경,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궤적, 작품이나 전시를 보러 간다. 선택된 장소로 가는 동안 마주치는 찰나의 풍경이나 그 공간의 서사를 나누는 대화는 꽤나 즐거운 일이지만,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고, 일방향성을 가지고 있어 감각을 잃게 만드는 공간과 장치들로 인생의 상당 부분이 도로에서 소비된다는 것을 느낀다.
건축법에 주차장 설치 기준이 1967년에 만들어졌고, 대한민국 최초의 주차 빌딩이 오픈한 것이 1970년이라고 하니 지난 50년 동안 꽤나 많은 변화와 시행착오를 겪었으리라 생각된다. 주차장은 도시공간이 자동차 산업발전의 결과물을 수용하면서부터 항상 문제가 되어왔던 건축의 소재이고, 어두컴컴한 우범지역으로 인식되어 지나치기 꺼려지는 음울한 도시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내 "주차가 사회문제로 인식되지 않던 시기부터 효율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던 수많은 주차빌딩들도 이제는 변화할 시기가 된 거 같아. 공공시설물로서의 역할을 할 때가 되었지."
남편 "쉿~ 주차장이 들으면 서운해하겠어. 이 녀석은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어. 이제 다른 것도 기대하게 되었을 뿐이지. 변화는 좋아. 하지만 스마트폰처럼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난 아직 단순한 게 좋아."
주차장은 A에서 B로 가기 위한 한시적 이동을 전제로 만들어진 곳이지 종착지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차공간이 도시적 맥락과 수요를 유발하는 시설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