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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architects Jan 13. 2024

한 편의 기록영화처럼

Dialogue 010

우리는 종종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본다.

남들보다 느리고 세상물정도 잘 몰랐던 10년 전의 우리가,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배움과 표현의 경계 어딘가에 서 있는 지금의 우리는 10년 후 어떤 생각과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궁금하다.


Observation tower in Mill Race Park, Columbus IN 1990


건축이 인기배우가 없는 영화, 모든 역을 보통 사람들이 하는 일종의 기록영화처럼 만들어지듯이,  우리에게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과 단조롭고 지난한 순간들도 지나고 보면 꽤나 멋진 일로 기억될 것이다. 얼마 전 보았던 코고나다(Kogonada) 감독의 콜럼버스(Columbus 2018)라는 영화에서 "건축이 어떻게 당신의 마음을 움직였는가"라는 질문에, 대답 대신 유리창 너머로 보였던 주인공 케이시의 행복한 표정만으로도 건축과 도시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내 " 나야 건축이야? 말해봐!"

남편 " 우리가 서로에게 1등이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건축도 사랑하지...  혹시 짝사랑일 수는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진부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는 것처럼, 앞으로 우리의 작업이 인생의 희로애락과 마주하며 쓰여지는 한 편의 멋진 장편영화가 되면 좋겠다. 건축을 사랑하고 경외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우리의 작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고, 작업에서 파생된 것들로 만들어진 작은 브랜드가 생기면 좋겠고, 한 달에 한 번쯤은 비슷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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