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logue 011
건축은 지난하다.
과거에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 생각은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을까?
건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어떻게 변해 왔을까?
현재의 우리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를 의심하는 일은 건축을 하며 던져야 할 물음과 필연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인 동시에, 점처럼 흩어져 있던 얕고 가벼운 생각들, 그리고 사소하게 지나쳤던 사건들을 선으로 잇는 일,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내야만 하는 끝없는 여정과 같다.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 배운다고 말한 헤겔의 말처럼, 철학과 이념의 시대를 거쳐 과학과 기술, 혁명과 전쟁, 자본과 권력, 수많은 정보가 만들어 내는 변화를 추적하고 관찰하는 일로 우리는 성장한다.
아내 "우리가 내딛는 조심스러운 걸음은 어디에 닿게 될까? 맞게 가고 있는 걸까?"
남편 "과정에 정해진 길은 없고, 목표가 분명하다면 결국 도달하겠지. 의심이 생겨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들, 정반합의 과정을 거치며 완성되는 역사는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현재를 살고 있어 아직 우리에게 뚜렷이 보이지 않는 시대의 흐름과 맥락은 오늘도 나 자신을 의심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