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logue 015
사라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들이 있다.
현장 속에 숨어있는 거칠고 투박한 이야기, 다듬어지지 않은 날 선 감각, 구축의 과정이 만들어내는 건축의 면면들, 지금은 사라져 버린 장면을 기록하고 수집하는 것은 완공 후의 멋진 사진만큼 귀하다.
2023년 봄에 만난 이곳은 팽창도시 서울에서 단 한 번도 건축된 적 없는 생활 경작지였다.
단언컨대 자본의 속도를 따르지 못한 잉여의 땅에는 숨은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그 숨은 이야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만들어낸다. 올 가을부터 현장기록을 시작했으니, 켜켜이 만들어진 풍경은 내년 봄이면 만나게 되겠지. 가슴 한 켠으로 두려움과 작은 설렘이 함께한다.
아내 "우리가 만들어 온 장면을 현장에서 기록할 수 있다는 건 참 행운이야. "
남편 "그래... 지금부터 차곡히 일기를 남겨두면, 내년 봄엔 꽤 볼만한 이야기가 완성되겠어."
아내 "응- 내년 봄엔 꽤 볼만한 우리가 되어 있겠어. 그리고 새로운 풍경이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겠지."
오늘도 현장 가기 참 좋은 날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