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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씨 Aug 10. 2021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저자를 처음 보게 된 것은 유튜브 채널이었다. 친근하고 솔직한 모습의 일상과 여행 브이로그를 올리는 유튜버였는데 어쩌다 그 사람의 블로그를 들어갔고 이력을 보게 되었다. 9개월 만에 첫 회사를 퇴사, 20대에 아프리카 종단, 우간다에서 창업 도전, 미국에서 영상 제작자로 일했고 프리랜서로 그래픽 디자이너, 목수, 캐릭터 스티커 만들기, 굿즈 제작 등 이런저런 일에 도전했지만 사실은 건축학과를 전공했다는 그의 종잡을 수 없는 이력에 호기심이 생겨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화장실은 공동이고 여름엔 덥고 겨울에 추운 판잣집 같은 곳에서 살았다로 시작되는 에세이는 이렇게까지 솔직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짠내 나는 이야기들로 시작되었다. 저자의 삶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뒤집고 뒤집히는 삶의 연속'


저자의 삶은 분명 희망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좌절이 되고, 좌절의 연속이었는데 갑자기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읽어나가면서 어느 포인트에서는 헛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뭐 이런 게 다 있냐...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네'


그러나 삶은 원래 그런 것이란 생각을 한다. 요즘 불교철학에 대한 책을 읽는데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이유 중 하나를 (정말 추려서 짧게 말하면) 불가능한 것을 바라는 욕심 때문이란다. 물론 높은 꿈을 꾸고 철저히 계획하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고, 그것은 이유도 모르고 어느 날 불쑥 태어난 인간을 열정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무언가를 과하게 추구하는 것은 때론 본래 목적을 잊게 한다.






위에도 썼지만 저자의 커리어? 행동의 이력은 종잡을 수가 없다. 할 수 있으면 해 보고, 기회가 오면 해 보고, 생각이 들면 해 보는 것들의 연속이다. 하루 만에 끝난 일도, 1년도 안되어 끝난 일도 많았다. 나였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니 아마도 '나는 뭘까. 이것저것 손만 벌리고 제대로 된 경력도 결과도 없고. 나는 뭐지?' 란 고민에 힘들어했을 것 같다. 저자도 그 사이사이 우울과 좌절의 시간을 겪었다고 말하지만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자신만의 축과 아프리카, 여행, 창업 등 자신을 둘러싼 키워드를 힌트로 매번 다른 일에 도전했다. 나는 그 모습이 참 좋았다.


나이가 서른만 되어도 힘을 잃어가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변화와 도전에 대한 마음이다. 가장 어렵고 귀찮아지는 것이 내 삶을 바꾸는 일이다. 취침과 기상시간을 바꾸는 것, 습관을 버리고 새로 들이는 것, 직업을 바꾸는 것, 직장을 바꾸는 것, 사는 곳이나 만나는 사람들을 바꾸는 것. 실은 사람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이러한 사소한 일상의 변화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삶은 점점 길어지고 있고, 그 긴 시간 동안 변화하지 않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좋은 변화와 성취에 꼭 필요한 것은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시행착오와 실패, 성찰이라고 생각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자라온 우리들은 시행착오나 실패에 인색한 편이다. 인색하달까.. 익숙하지 않은 것이겠지. 국권 회복 후 곧바로 전쟁. 그 시대 미국에서는 한국과 다른 국가들을 비교하며 한국은 오래도록 가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급성장했다. 가파른 성장 안에는 가장 효율적이며 생산적인 선택지를 고르는 것, 모든 것을 뒤로하고 내 인생을 갈아 넣어 성장에 몰두한 삶들이 뒷받침되었을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할 여유 따위 없었고 아무도 그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빠른 성장을 위해 생각하고 멈추고 누리는 삶이 소외되는 것.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사회적 관념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우리는 내 전공이나 직업과 관련 없는 쓸모없는 일에 단순히 흥미만으로 시도하는 것, 뭐든 짧게 간단하게 허술하더라도 그냥 해보고 그만두는 것들에 익숙하지 않다. 자연스럽게 그런 궤적을 그리며 살아온 사람은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쉽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닫는다.


회사 상사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영업으로서 고객사의 현장의 목소리와 본사의 목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 있다. 그들은 같은 회사에 있지만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있고 각기 다른 생각과 정보를 갖고 있다. 고객조차 다 파악하지 못하는 점처럼 흩어져 있는 정보와 상황을 모아, 선으로 잇고 면을 만들어서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제안으로 들고 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나는 삶에서도 이 말이 적용된다고 믿는다. 내 안에는 다양한 내가 있다. 내가 새로운 변화나 시도를 거듭할수록 나조차도 의미를 잘 모르겠고 남들에게 그럴듯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점들이 이곳저곳에 찍힐 것이다. 그러나 어렵겠지만 그것들을 이어 선과 면을 만들고 나만의 궤적을 그리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 과정에 따르는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 나가는 것.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워갈 때 이 책의 제목처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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