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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씨 May 05. 2022

동거하면서 알게 된 것들 - 1

혼자의 시간이 필요해

혼자의 시간이 필요해



1.

같이 살다 보니 혼자의 시간이 부족해졌고 그래서 나는 이것도, 저것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식의 일기를 썼다. 다시 읽어보니 다 핑계고 거짓이다. 혼자의 시간이 줄어서 독서량도, 글쓰기도 못했다고 느꼈는데 살펴보니 블로그에 일상을 꾸준히 남겼고, 유튜브 영상도 올렸으며, 아침 출근시간에 재테크 관련 책을 여러 권 읽다가 처음으로 ETF까지 구매했다. 평소만큼, 평소보다 더 여러 활동을 하며 지냈다. 



그런데 왜 내 머리는 혼자의 시간이 줄었고, 그 때문에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단 생각을 한 것일까? 하지 못했다고 스트레스였던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니 그와 함께 살면서 하지 못했던 것은 책 읽기도 글쓰기도 아닌 혼자 조용히 텅 비우는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었다.



텐로쿠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거나 러닝을 뛰면 내 안이 텅 비어진 느낌을 자주 받았다. 평소 생각이 많은 터라 한 번씩 셧다운 하듯 모든 걸 끊어주면 마음이 안정되었다. 외부 요소를 차단하고 가만히 있을 때 느껴지는 정화된 느낌이 그동안의 나를 지켜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느낌 덕분에 지난 2-3년을 건강하게 잘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함께 살고 나서부턴 요가와 명상을 해도 그런 느낌을 잘 받지 못했다. 창업 도전이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단순히 내가 게을렀고 두려움에 실행하지 못한 것이 크다고 생각하기에 함께 지낸 것이 방해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왜 텅 비우는 시간을 갖지 못했는가 핑계이자 팩트를 정리해보자. 




2.

조용히 집중할 편안한 공간과 시간이 없었다.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이다음에 구구절절 자세히 등장하니 여기선 건너뛰고. 무엇이든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그는 내가 아침 요가나 명상을 시작하면 늘 옆에서 함께 하려 했다. 내가 혼자 할 때도 그가 자신의 아침 루틴을 하느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공간에선 늘 둘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소리로, 느낌으로 그가 움직이고 있고 이 공간에 함께하고 있다는 걸 계속해서 느낄 수 있었다. 5분, 10분이면 되는데 전 같은 고요한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결국엔 그만둬버렸다. 



매일 3시간 장거리 출퇴근을 했다. 물리적으로 혼자 조용히 앉아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힘들었고, 미라클 모닝에 도전하겠다 선언했지만 피곤해서 스스로 포기했다. 이 부분은 함께 살게 된 것이 원인이 아니라, 내가 인지하고 더 확실하게 조정했어야 하는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혼자의 시간이 갖고 싶다면 더 일찍 일어나서 시간을 확보하거나 나만의 공간을 세팅했어야 한다. 번거롭고 힘들어도 그것이 이리도 스트레스였다면 그런 수고를 감당했어야 했다. 사는 곳이 바뀌었고 누군가와 함께 살게 된 이상, 혼자 살 때와 같은 방식으로 같은 결과치를 얻어낼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그 안에서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함께 하는 시간과 내 시간의 균형을 잡고 스스로 관리했어야 했는데 이 부분이 미흡했던 것 같다. 최근 몇 년간의 변화인지, 전보다 더 나를 돌아보고 비워내는 시간, 혼자만의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된 듯하다. 앞으로 내가 여행을 가든, 누군가와 함께 살든 지키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 있다. 



조용히 혼자서 아침엔 명상을 하고 휴일엔 러닝을 뛰자. 

정해진 시간엔 혼자일 수 있게 환경을 만들자.




나를 위한 지침

 환경이 바뀌었을 때 나를 지탱하는 루틴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고 책임이다. 환경 탓, 상대방 탓하지 말자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24시간 모든 걸 함께 하는 건 내게 맞지 않다. 아침 30분, 저녁 30분 정도는 오롯이 혼자가 되어 하루를 정돈하고 마음을 비워내는 시간을 갖자. 그럴 때 상대방도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양해를 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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