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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씨 May 05. 2022

동거하면서 알게 된 것들 - 2

집이란 무엇인가


내게 집이란 나만의 휴식 공간이자 집중하는 공간이자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1.

’집’을 무어라고 생각하는지 이 가치관의 차이가 이렇게 갈등을 불러올 지 몰랐다. 나에게 집은 안식처다. 휴식을 취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고 온전히 내 맘대로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 이곳만은 오로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 언젠가 꼭 갖고 싶은 그런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 ‘집’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들을 수 없었으나 그는 자본주의적 접근을 하는 듯이 보였다. 집을 마련하려면 현실적으로 큰 돈이 들어가고, 큰 돈을 투자함에도 수익을 얻을 수 없으므로 자산을 마련한 후, 여유가 있으면 마련하고 싶은 것이 집이라 했다. 



무사히 첫 집을 개조하여 게스트 하우스로 수익화에 성공한 그는 다음에 또 좋은 물건이 나오면 그 집을 수리해서 임대를 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 생각에 찬성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럼 우리집은 언제 갖지?' 란 의문이 피어올랐다.



그의 사업장이자, 우리의 생활공간이었던 집은 2채의 집이 연결된 구조였다. 그 중 한채를 게하로 운영하고, 한채에서 생활했다. 두 집 사이엔 문이 있어서 출입을 막을 수 있기에 연결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깨끗하게 정비된 게하와 달리 우리의 생활 공간엔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우리의 생활 공간엔 화장실, 부엌, 샤워실이 없었다. 방이 4개가 있었는데 어느 것도 수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는 방 하나를 같이 수리하고 부엌, 샤워실, 화장실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한달이면 완성될 거란 그의 말을 믿고, 아무것도 없는 이 집에 이사를 결심했다. 




2.

그는 가장 먼저 화장실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부엌과 샤워실이 없으니 주말에 게스트가 오면 토요일 저녁마다 외식을 하고 온천에 갔다. 체크인 준비로 바쁜 토요일 오전부터 오후 4시 정도까지 그는 밥을 안 먹는게 습관이었고, 부엌이 없다보니 나도 빈속을 대충 채우기 일쑤였다. 



하.. 지금 생각해보면 걸어서 20분은 가야 하지만 맥도날드도 있고, 카페도 있었는데 왜 나는 바깥에 나가지 않았을까? 일단 멀다. 거기까지의 길이 볼거리가 없는 시골길이다. 시기가 시기였던 지라 알레르기 증상이 심했고. 무엇보다 나가고 싶어서 나가는 것과 나가야 해서 나가는 것은 천지차이다. 손님이 있는 주말엔 내게 선택권이 없었다. 손님이 있으면 부엌을 못 쓰고, 샤워를 못하고, 결국 밖에 나가야 하는 그런 제한이 스트레스였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더욱 밖으로 나갈 기운이 없었다.



그의 게하는 독채로 빌려주는 형식인데, 통째로 빌린 집에 오너가 아닌 다른 사람이 눈에 띄면 게스트 입장에선 의아하거나 불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되도록 게스트의 눈에 안 띄게 조심했고 토요일은 늘 방에 틀어박히곤 했다. 주로 시간을 보내는 방조차 깨끗하게 수리된 것이 아닌 임시 방이었다. 이런 상황이 조금씩 견디기 힘들어졌다.



그러는 동안 이따금 20대 초반의 젊은 분들이 게스트로 오면 밤 9-10시까지 떠들고 크게 소리 지르고 노래하는 일들이 있었다. 휴일에 조용히 쉬고 싶은 나는 기분이 좋을 리 없고, 이런 나를 보는 그 또한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우리의 갈등을 풀어줄 유일한 돌파구였던 방 수리마저 오해와 의견 차이로 계속해서 완성이 미뤄지고 있었다. 처음엔 주말마다 외식하고 온천에 가는 여행처럼 느껴졌던 시간이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휴일’이라는 악순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3.

내게 집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고, 100%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 오롯이 나를 위한 공간이어야 하는데 이 공간은 그렇지 못했다. 오랜 시간 세계여행을 해온 그는 타인과 부대끼는 생활이 익숙했고, 길에 텐트만 깔아도 1분이면 잠드는 성향의 사람이었다. 이렇게 둘의 성향이 다르다보니 같은 환경에 있어도 스트레스의 정도가 전혀 달랐다. 


나는 견디기 힘든 이 공간이 그에겐 꽤 쾌적했던 것이다. 





함께 살아갈 사람에게 한번쯤 물어보아야 할 질문


1) 돈, 집 등 살아가는데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나 삶의 목표에 대한 개념이나 생각이 비슷한가. 

예) 

- 집이란 공간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얼마나 가치를 느끼는가?

- 집보다 자산마련이 먼저? 자산보다 내집마련을 먼저? 

- 어디에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고, 어디에 쓰는 것이 아깝지 않는가. 

- 하고 싶은 걸 위해 하기 싫은 것도 감수할 수 있다 vs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하기 싫은 걸 한다는게 자연스러운가? 당신은 어느 쪽인가.


2) 무엇을 스트레스라고 느끼는가. 

어떤 상황을 가정해보고 서로 느끼는 스트레스가 1~5 중 어느 정도인지 대화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스트레스가 5인 상황을 상대방은 1-2 정도로 느낀다? 그렇다면 그 상황이 견디기 힘든 건 나고, 상대방은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개선의 의지가 나보다 덜할 것이다. 그런데 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상대방의 협력이 크게 필요한 상황이라면 개선될 때까지 꽤 시행착오를 겪으며 갈등할 여지가 있다. 


우리가 꽤 부딪치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시작하는 것은 마음가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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