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오미 Sep 18. 2022

간호 편입생 실습 일기-정신간호학 (사회복귀시설)

세상은 아직 살만하구나...!

지난 학기에 정신과 병동 실습을 코로나 탓으로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는데, 이번에 사회복귀시설 실습을 통해 그곳은 어떤 곳일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사회복귀시설이란?

정신질환으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있는 이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개별화된 목표에 따라 사회적응훈련 및 직업훈련 등 다양한 재활서비스와 환경적 지지를 제공하는 곳이다.


내가 실습했던 사회복귀시설의 회원분들은 대부분 조현병으로 인해 정신병원에서 지내시다가 퇴원을 하시고 시설로 들어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간혹 지적장애를 가진 분들도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사회복귀시설이라는 곳이 조금은 무섭게도 느껴졌고, 편견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실습이 끝난 이 시점에서 내가 느낀 것은, 사회복귀시설은 정말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가정에게 너무 큰 도움과 힘이 되는 곳이다. 


실습하는 일주일 동안 정말 알차디 알찬 한 주의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왔는데, 선생님들께서 프로그램들을 정말 잘 계획하고, 진행하고, 관리하고 있음에 너무 놀랍고 대단해서 감동을 넘어, 존경심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이전에는 나 또한 이런 시설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에 대하여 생각도 못했었지만, 실습을 하면서 이런 사회복귀시설들의 엄청난 필요성이 와닿는 기간이었다. 


그곳의 선생님들은 한두 분의 간호사 출신 선생님들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회복지 선생님들이셨지만 다 너무 좋으셨고, 회원분들 그리고 본인의 직업에 대한 애정도 느껴졌고, 회원분들이랑 커뮤니케이션이 내가 상상했던 거보다 훨씬 잘 되고, 관리도 잘하신다는 게 느껴졌다. 시설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 하나하나가 엄청 알차고, 회원분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들로 구성이 되어있고, 그뿐만 아니라, 진행 또한 너무 잘 되고 있음에 놀랬다. 정말 100% 회원들만을 위한 시설이라는 게 느껴질 정도…! 이런 부분들이 너무 감동이기도 하고,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다행스럽고 하고,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지역사회에 너무 필수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곳에서 실습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우리는 일주일 동안 실습하면서 시설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스마트폰 활용 교육, 가정 방문, 뉴스 시청 및 생각 나눔, 요리 교실, 음악 감상, 자립지원 활동, 독서활동,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시간 보내기, 등산, 볼링, 노래방, 취업지원 등 )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따라다니면서 보조를 했다.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보호 작업(직업능력 향상을 위해 내부에서 진행되는 취업 전 작업 프로그램)을 하는 회원분들을 작업하는 시간에 보조하면서 대화를 하는데,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이 많이 아리기도 했다. 

단순 노동과 같은 간단한 작업을 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작업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실습 마지막 날, 한 타임은 온전히 학생들에게 맡겨 주셔서 활동요법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다. 우리는 오락요법으로 이어 그려서 맞추기와 일심동체(몸으로 이구동성 느낌)를 준비해서 진행을 했는데, 이 또한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일단 나서는 거 극혐 하는 ISFP(본인)가 사다리 타기로 강제로 사회자가 되어...ㅠ서 진행하기 직전까지 긴장 한가득이었는데, 막상 진행을 해보니 회원분들도 너무 즐거워하시고, 반응도 좋고, 나 또한 새로운 도전을 성공한 거 같은 기분에 좋은 추억이 하나 생겼다. 




정신간호 실습을 하면서 정신간호사에 대해 조금은 더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신기하고, 의미 있고, 재미있기도 하고... 아직은 뭔가 말로 정확히 나의 느낀 점 들과 감정들을 명확하게 표현할 방법은 없지만, 왠지 어느 정도의 내 커리어를 이어 나가는데 꽤나 영향을 미칠 것 같은 타이밍에 정신간호 실습을 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이전에 상담 전공을 했고, 이 분야에 대한 어려움을 알기에, 간호 공부를 하면서 나는 오히려 이 분야는 일부러 조금씩은 더 피했었다. 그때의 생각은, 내가 과연 정신질환 대상자들을 잘 대할 수 있을 만큼의 생각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도 있었고, 내가 과연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며, 줏대 있고,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에너지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확히 잘 전달할 수 있는 정신간호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혹시나 나섰다가 더 큰 상처를 전달하면 안 될 텐데..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번 실습을 통해서, 나 같은 사람(나는 스스로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이 이런 일을 하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수의 사람들의 인생에 내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게 되었다. 


이런 부분에 있어, 나에게는 정말 엄청난 생각의 변화를 가져다준 실습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