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오미 Sep 19. 2022

간호 편입생 실습 일기-성인간호학 (응급실)

응급실은 매일 피 튀기고 팔 잘린 사람들만 오는 줄 알았는데...!

응급실 실습은 내가 사실 제일 기대했던 실습 중에 하나였다. 그 이유는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자, 간호사 선배인 우리 엄마가 나에게 응급실 간호사가 잘 맞을 것 같다는 말을 예전부터 했었고, 그리고 엄마 본인 또한 응급실 간호사로 근무할 때가 제일 재밌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응급실에 대한 지식이 1도 없었고, 심지어 나는 아파서나 주변 사람이 아파서나 아예 응급실에 발을 들인 경험조차 없어서 응급실의 환경이 어떤지 드라마나 다큐로 본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응급실이라 하면 뭔가 의학 드라마처럼 엄청 정신없고, 얼빠지고, 사방에서 소리 지르고, 울부짖고, 피 튀기는 장면들로 하루 종일 가득할 줄 알았다. 그래서 실습 시작 전에 긴장도 많이 하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도 높았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아주 대만족스러운 한 주를 응급실에서 보냈다! 사실 실습 시작 전에, 전 주차 응급실 실습했던 애들이 실습하는 동안 병원 근처에 위치한 공장에서 큰 폭발사고가 있었는데, 그때 10명 이상의 사상자들과 사망자들이 다 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바람에 충격을 정말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상상만 했을 때는 나도 괜히 덜컥 겁이 났었지만, 내가 실습하는 일주일 동안에는 그런 큰 사고 현장이나 긴급한 cpr, intubation 등의 비상 상황을 경험하지 못해서 응급실 분위기가 만족스러웠다고 느낀 거 같기도 하지만, 사실 실습하고 배우는 학생의 입장으로서는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하고 보지 못한 게 조금 아쉽기도 했다. (물론 절대, 정말 절. 대.로. 누군가에게 긴급한 상황이 닥치기를 바란 건 아니다.)


주로 내가 실습했던 병원 응급실에 찾아오는 환자분들은 아무래도 병원 주변에 공단들이 많아서 공단 내 사고 환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마침 실습하던 시기가 4-5월이라 한창 꽃 축제 시기이기도 해서, 아이들 안전사고로 인해 찾아오는 분들도 제법 있었고, 이외에도 교통사고 환자들, 만성 질환자들, 주취자들 등 다양한 케이스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주취자들이 정말 많음에 신선했다. 심지어 내가 실습했던 응급실 내에는 주취자 센터까지 분류가 되어 있었고, 그곳에 경찰까지 상주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 시스템이 정말 여러모로 너무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응급실에서 실습하면서 또 크게 느낀 점이, 사람의 바닥을 볼 수 있는 곳임을 느꼈다. 그리고 그 바닥이 들어 났을 때, 그 사람들의 진가를 그 자리에서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현실이 참 많은 감정들을 느끼게끔 했다. 예를 들어, 오토바이 사고로 무릎이 다 찢어져서 그 자리에서 마취 없이 소독하고 봉합하게 되었는데, 얼굴이 터질 듯이 고통스러워하시던 남자분이, 배우자분이 허겁지겁 놀래서 도착하자마자 자기는 너무 괜찮다며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시는 모습과, 그 배우자 분의 ‘일부러 다친 것도 아닌데 왜 당신이 미안해하냐’며 주고받는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대화 지켜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에… 어머니가 너무 고통스러워하시면서 숨 넘어가시는 와중에 웃으면서 폰을 들고 인증샷을 찍는 아들도 있고.. 여하튼, 이런 식으로 같은 공간 내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의 바닥과 진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현장이 굉장히 신선했다.


과연 나는 죽을 듯이 몸이 아플 때, 드러나게 될 가장 날것의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을 해보게 되기도 했다. (이런 상상을 언제 해보겠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