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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ill Water Dec 22. 2020

혼혈아를 낳았습니다.

이 시대의 혼혈아, 다문화 가정 아동들이 살아갈 세상. 


 남편은 전형적인 코카시안 백인이고, 나는 전형적인 토종 한국인이다. 

결혼 소식을 알릴 때부터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하나 같이 했던 말이 "아기 낳으면 정말 예쁘겠다!"라는 말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그리는 혼혈아들에 대한 이미지는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아이들일 것이다. 

한 번은 친정어머니와 영상 통화를 하다가 옆에 계신 어머니의 친구가 우리 아기를 보곤 "역시 튀기가 예쁘네" 하는 소리를 듣고 기겁했던 일도 있었다. 요즘 세상에도 튀기라는 말을 쓰다니...



혼혈아=예쁜 아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참 많은데, 그 "예쁘다"의 기준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참 모르겠다. 너무 사대주의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다. "혼혈인데도 별로 안 예쁘네?"라는 말을 들을 때 그 아이들의 상처는 얼마나 클까. 사실 아이들의 입장에선 한국에서 "어? 혼혈아다!"라는 관심이 굉장히 싫지 않을까. 

이러한 아이들의 마음도 모른 채, 몇몇의 어른들은 "우리 애는 혼혈아라 좀 특별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문화 가정이 많아지다 보니, 유튜브나 SNS에서는 혼혈아라는 키워드로 그들의 특별함을 과시하곤 하는데, 외국인의 피를 받은 내 아이가 너무나도 특별하지 않느냐며 인종에 대한 우월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조금은 우습게 보이기도 한다. 

인종 차별을 말하는 시대에 우월 의식이라니...


한 번은 아기 친구를 만들어주려 미국 커뮤니티에서 만난 분과 SNS 계정을 주고받았는데, 버젓이 "국제결혼"

"혼혈 아기"를 떡하니 걸어 넣고 있어 충격적이었다. 실제로 그 태그로 들어가면 많은 다문화 가정의 아동들을 만날 수 있고... 참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많은 혼혈아 양육자들이 모델을 시키려고 하고, 연예계에 입성시키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사실 이러한 것들도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혼혈아들을 상품화시켰는지, 특별 취급하게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많은 혼혈아들이 한국에선 외국인 취급, 외국에 나가선 동양인 취급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정체성도 혼란스러울 가능성이 있다. 항상 낯선 이에게 외모 언급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 살게 되면 그 관심은 더 커지게 되는데, 그것이 칭찬이든, 그렇지 않든 부모나 아이에게 모두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나와 친한 한 친구도 미국인과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와 함께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사람들이 하도 쳐다보고 허락도 없이 머리를 만지고 얼굴을 만져서 굉장히 언짢았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 사람들에겐 한 번뿐인 일이겠지만, 당하는 아이에겐 수 십 번의 일이었으리라. 귀엽다고, 특이하다고, 예쁘다고 만져주었겠지만 혼혈아는 동물원의 동물원이 아니다. 함부로 만져도 되는 아이가 아닌데, "귀여워서 만진 건데 뭐. 그게 잘 못이야?"라는 잘못된 인식이 아직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인종이 사는 미국에선 혼혈아에 대한 특별한 시선을 주진진 않지만 그래도 종종 "애 얼굴은 동양인 같은데, 어째서 머리가 이렇게 노랗니?"라고 물어보는 미국인도 있더라. 이쪽도 저쪽도 아닌, 그 중간의 지점에 있는 아이들은 항상 이런 식의 취급을 받곤 한다. 


혼혈아도 사람이다. 그 돌도 모두 같은 사람으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특정한 인종을 앞세운 우월의식은 눈살이 찌푸려진다.

왜 소중한 자식들을 앞다투어 "특별 취급"을 받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사회에 나아가서도 제대로 된 권리를 주장하고 존중받도록 잘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혼혈아를 너무 추켜 세우는 것 또한 지양되어야 할 방향이지 않을까? 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도 멈추어야 할 일이지만 특별 계급 취급하는 것 또한 사라져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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