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혜진 Mar 02. 2022

[동네서점탐방] 라이너 노트

책과 음악에 귀 기울이다

소위 '힙한' 젊은이들로 넘쳐난다는 서울 연남동 뒷골목. 평일 오후 고요함에 젖어 골목을 거닐다보면 재즈 피아노 음악이 흐르는 단정한 공간이 나타난다. 바로 지난 5월 오픈한 음악전문서점 '라이너 노트'. 음악과 서점의 공존을 지향하는 이곳은 책을 판매하는 서점과 음악 플랫폼의 역할을 같이 한다. 가장 비언어적 예술인 음악과 언어의 정수인 책이 만난 셈.



박미리새 페이지터너 이사

라이너 노트는 공연기획사 페이지터너가 운영하는 서점이다. 여섯 평 남짓한 크기의 서점 공간은 사무실과 연결되어 있다. 홍원근 대표와 박미리새 이사는 번갈아가며 손님도 직접 응대한다. 애초에 차고로 쓰였던 작은 공간을 개조하니 이곳에서 야채가게를 하고 싶단 사람도 나타났고 음식점을 하고 싶단 사람도 나타났단다. 결국 음악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애정 역시 충만해 있던 페이지터너 가족들에 의해 이곳은 서점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공간 안에 들어가면 벽면 가득히 꽂힌 책과 더불어, 한쪽에 있는 피아노, 드럼세트, 악보 스탠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점 책장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 음악 관련 책이 이렇게 많았나' 하고 놀라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음악 책들이 자리잡고 있다. 고전음악가들의 평전부터 시작해 악보집, 뮤지션들이 쓴 에세이, 음악을 주제로 한 에세이 등. 희소성 있고 개성 있는 책들이라 대부분 한 질씩만 입고해둔 상태다. 개중에 가장 반응이 좋은 책은 책은 김연수, 김중혁,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인기 있는 소설가들이 음악에 대해서 쓴 에세이 종류라고. 단순히 책을 사는 공간일 뿐 아니라 독자들이 부담 없이 머무는 공간이 되도록 하기 위해 헌책들도 곳곳에 함께 배치하고 있다.
 


라이너 노트는 음악서점답게 주말이나 특별한 경우에는 미니 씨어터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최대 열일곱명 정도의 관객만 들어올 수 있을 작은 공간이지만 그만큼 뜨거운 열기가 보장된다. 오픈한 첫 달에는 마일스 데이비스를 주제로 매주 재즈뮤지션들을 초청해 미니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훈남 3인조 기타 밴드 '기타 치는 세 남자'를 초청해 공연을 개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라이너 노트. 박미리새 이사는 단순히 책만 사들고 가는 일차원적인 서점이 아니라 음악과 음악가에 대해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서점 이름이 음반 해설지를 뜻하는 라이너 노트이듯 음악을 설명하고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바람처럼 책과 음악이 만들어내는 작지만 풍성한 에코에 귀를 기울여본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40-47
운영 시간 평일 낮 12시 ~ 오후 7시
                  토요일 낮 12시 ~ 오후 8시
                  일요일 낮 12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무
전화번호 02-337-9966
홈페이지 http://www.linernote.co.kr/


▼ 라이너 노트 자세히 보기 











▼ 라이너노트 박미리새 이사가 추천하는 책들


1 <한국재즈100년사> (박성건 / 이리 / 2016년)
한국 재즈의 역사를 한 권으로 마스터 할 수 있는 대중음악 역사서. 어려운 내용이 담겨 있을 것 같은 표지 디자인이지만 한 번 펼치면 술술 읽히는 2016년 4월에 나온 신간이다. 


2 <슈만 내면의 풍경>(미셸 슈나이더 / 그책 / 2014년)
미셸 슈나이더가 독일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 작곡가 슈만의 삶과 음악을 다룬 책이다. 라이너 노트를 방문한 피아니스트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3 <음악의 기쁨>(롤랑 마뉘엘 / 북노마드 / 2016년)
1947년 출간돤 클래식 음악의 고전으로 국내에는 2014년 북노마드에서 출간됐다. 그리고 최근에 1, 2권과 3, 4권을 상, 하권으로 묶은 스페셜 에디션 양장본이 출간되었다. 프랑스 작곡가, 음악학자인 롤랑 마뉘엘과 피아니스트 나디아 타그린이 3년 동안 매주 일요일 '라디오 프랑스'에서 나눈 음악에 대한 활기 넘치는 토론과 수다가 담겨 있다.


4 <피아노의 역사>(스튜어트 아이자코프 / 포노 / 2015년)
피아노와 피아노를 자신만의 악기로 껴안은 작곡가, 연주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피아노 평전'이면서 300년 역사의 피아노라는 악기를 징검다리로 삼은 근현대 음악사, 문화사 편력이다. 피아노가 단순한 악기에서 예술로서 아름다운 음악이 되기까지 그 진화과정을, 피아노와 피아노 음악이 지니는 여러 갈래의 의미를 살피며 통찰력 있게 담아냈다. 


5 <쇼팽노트>(앙드레 지드 / 포노 / 2015년)
20세기 초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 앙드레 지드. 어린시절 엄격한 어머니로부터 강요된 기독교적 윤리 아래서 자랐던 지드에게 쇼팽의 음악은 가가이해서는 안 될, 불순한 음악이었다. 지드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로서 평생 사랑했던 쇼팽 정신의 정수를 40여 년의 망설임 끝에 글로 풀어냈다.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춘) 


[ⓒ 인터파크도서 북DB www.book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DB 2016. 8. 9

http://news.bookdb.co.kr/bdb/starCast.do?_method=detail&sc.page=1&sc.row=10&sc.webzNo=26875&sc.orderTp=1&listPage=&listRow=10

매거진의 이전글 [동네서점탐방] 고요서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