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의 세계로 이끄는 의문의 책방,
신촌 기차역 부근의 번잡함을 뒤로 한채 골목길로 들어가보니 세상 조용한 별세계가 펼쳐졌다. 그중 한 자리는 지난 7월 문을 연 미스터리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이 차지하고 있다. '와, 이런 곳에 서점이 있었다니!'하며 탄성을 지를뻔 했다. 서점 입구에는 중세 길드를 연상시키는 서점 로고 깃발이 걸려있다. 유리창 너머엔 단정하게 뻗은 서가가 보인다. 혹여 으스스하거나 공포스러운 기운을 풍기지나 않을까 했던 기대 혹은 두려움은 걷히고 편안한 안도감이 방문자를 맞이한다.
추리소설책방 '미스터리 유니온'을 운영하는 유수영 씨
대체 이런 곳을 연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투명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서점을 운영하는 유수영 씨가 있다. 이곳을 연 유수영 씨는 과거에 광고대행사의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미스터리 전문 서점을 열 정도면 엄청난 추리소설 매니아이지 않았을까 추측했었다. 추리소설 열성독자였느냐고 묻자 일만 열심히 했던 ‘보통 일반 독자’였다고 본인을 소개한다. 유수영 씨는 작년에는 신촌 지역에 서점을 열겠다고 마음 먹고 일부러 상수동으로 거처도 옮겼다. 한동안 열심히 부지를 물색하던 중 찾은 곳이 신촌 기차역 부근의 이 자리였다.
서가에는 총 1,600권의 책이 꽂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 서가에는 추리소설들이 국가별, 작가 이름순으로 빽빽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오른쪽 서가에는 매달 바뀌는 테마에 따라 표지가 보이도록 책을 진열하고 있다. 9월의 주제는 ‘아트 앤 미스터리’로 미술가들, 박물관, 건축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들이 진열돼 있었다. 또 한 가지의 테마는 ‘미국 고전 미스터리’다. 에드가 앨런 포, 엘러리 퀸 등 미국 고전 작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유수영 씨는 “지금까지 눈 앞에서 잊혀졌거나 빨리 창고 속으로 들어간 추리소설들을 다시 한 번 서가 위로 꺼내 놓는 게 욕심”이라고 말했다. 또, 알게 모르게 존재한 장벽을 낮추어 추리소설 독자들의 저변을 넓히고 싶다는 소망도 이야기 했다. 서점 탐방을 마치고 나오는 길, 늦여름의 비를 피해 한 30대의 남녀가 서점 차양 밑으로 뛰어든다. “여기 추리소설만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래.” “그래? 나 그런 거 되게 좋아하는데, 들어 가보자!”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 137-2
운영 시간 낮 12시 ~ 오후 8시
월요일 휴무
전화번호 02-6080-7040
인스타그램 @mysteryunionbook
▼ 미스터리 유니온 자세히 보기
▼ ‘미스터리 유니온’ 운영자 유수영이 추천하는 책들
<대회화전> (모치즈키 료코 / 황금가지 / 2013년)
의학 미스터리도 그렇지만 아트앤미스터리는 그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대단하다. 추리소설 한 권 읽고 나면 미술사 책 한 권 읽은 것 같다. 작가가 고민하고 공부한 후에 상상력을 발휘해서 쓰는 거라 두 가지를 한꺼번에 얻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림을 다시 보게 된다.
<13.67> (찬호께이 / 한즈미디어 / 2015년)
우리나라에 중국어권 추리소설의 포문을 연 책이다. 이 책을 계기로 중국어권 소설에 관심을 갖고 다가가게 됐다. 읽어보면 ‘그럴만 하구나’라고 할만큼 잘 쓴 소설이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 마음산책 / 2005년)
출간된 지 25년이 된 책이다. 그 정도로 계속해서 재출간되는 고전인 거다. 읽기가 쉽진 않아서 사람마다 조금 호불호가 있다. 다른 추리소설처럼 스토리 위주로 술술 넘어가는 책은 아니다. 물론 사건이 전개되긴 하지만 글과 글 사이에 시공간이 있어서 음미하며 생각하며 읽어가다 보면 나중에 책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다가 포기했다는 분도 있지만 아껴가며 읽는다는 분도 있다.
<순서의 문제> (도진기 / 시공사 / 2012년)
사실 영미권이나 일본어권에 비해 우리나라 추리소설을 찾는 분이 많지는 않다. 물론 갖기는 많이 갖다 놓지만 매니아 말고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찾아보면 재밌는 책들이 많다. 도진기 작가는 우리나라 작가 중 열심히 책을 많이 쓰시는 분이다. 현재 현직판사라고 하시는데 언제 그렇게 글을 쓰는지 존경스럽다. 지금 일곱 권 째 책이 나왔는데, 우리나라 작품에는 고정적인 탐정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가 드문데 이 작가는 고정적인 탐정 캐릭터 시리즈로 책을 내고 있다. 정통 미스터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우리나라 작가다.
<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 열린책들 / 2016년)
얼마전 ‘아가씨’로 영화화 된 작품. 나는 책을 읽고 영화를 봤다.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확 놀래게 되는 작품. 계속 반전을 주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했다. 단순히 영화 원작이라서 보는 게 아니라 이 자체로 충분한 소설이다. 영화는 영화대로 잘 만들었으니 둘을 비교해 가면서 봐도 될 것 같다.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 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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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DB 2016.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