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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리공 Oct 25. 2018

살면서 골을 몇번이나 넣을 수 있을까

이거밖에 안되다니?

"그 행님은 이제 축구 못한대요" 오랜만에 만난 부산 후배에게 들은 말이었다.

"왜? 행님 체력 장난 아니었다이가?"

"다쳐서 수술 한 뒤로 안한다고 하던데요."


후배를 만나 많은 대화를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소식은 그 형의 근황이었다. 부산에 있을 땐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 축구를 했다. 그때만 해도 축구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축구는 체력 소모가 심한 운동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는 취미이다. 전에 동네 어른들과 조기축구회를 잠깐 했을 때에도, 45세 이상인 분은 한 명도 없었다. 전에는 이런 게 남의 일 같았는데, 서른이 두달만 남은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나는 1년 52주 중 1/3 번 정도는 축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개발이라서.. 5경기 중 1번 정도 골을 넣는다. 이걸 45살까지 무탈하게 꽉 채워서 한다고 쳐도, 앞으로 살면서 넣을 수 있는 골 수는 25.5골밖에 되지 않는다.


위의 계산을 마치고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간 빠르다는 생각은 늘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남은 생이 짧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골 넣을 기회만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전에는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할 때 "A를 할까 B를 할까" 라고 무엇을 얻을 지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A를 하면 B를 못하겠지..." 라는 식으로 잃는 것부터 생각하게 된다. 살아온 날들이 쌓일수록 쉽게 돌이키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쌓일수록 인생의 유한함이 깊이 스며든다. 동시에 매 순간이 특별하다는 것도 절실히 깨닫는다. 매 순간이 돌아오지 않는 생에 단 한순간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게 귀하다. 졸린 출근길도, 짜증나게 하는 사람도, 어렵기만한 회사 일도 내일이면 다 사라질 것이다. 이런 순간들이 여전히 피곤하고, 귀찮고, 짜증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인생 참 짧다고 생각하면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지금도 단 하나뿐인 순간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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