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묻는게 능사가 아니다
투자유치가 필요한 기업가들에게 와디즈 투자형 펀딩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투자 유치 방법” 이라는 솔루션(solution) 상품을 “자금이 필요한 기업가” 라는 특정 타겟에게 홍보하는 것이다.
투자유치가 필요한 창업자는 어떤 니즈가 있을까. 창업 동아리도 안 해본 내가 알 리가 없지. 그렇다면 고객 조사를 해보자! 투자유치를 받기 위한 정보는 어디서 얻는 지, 앞으로의 투자유치 계획은 어떻게 되는 지 물어보면 니즈를 알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설문조사 방법론을 연구하고, 나름대로 질문 구조를 설계했다. 어떤 방식으로 물어야 할 지, 질문 순서는 어떻게 할 지 등을 고민하여 정성 조사를 준비했다. 대망의 첫 사례 조사 당일. 투자유치를 신청한 창업자 분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라? 모든 대답이 두루뭉술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 내가 질문을 잘못했구나. 문제의 원인을 “고객 인터뷰 실력 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케팅 설문 관련 책을 더 읽고 공부했다. 그후 몇 번의 인터뷰를 추가로 진행했지만, 여전히 원하는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고객이 뭘 좋아할 지 모르니 늘 마음 한 켠이 찝찝했다.
우연히 우리 회사 대표님과 밥을 먹게 되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대표님이야 말로 잠재 고객 페르소나(창업자, 기업가)와 겹치면서, 동시에 우리 서비스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지 않은가. 밥 먹다 말고 고객 조사 때 했던 질문들을 던졌다. 예전에는 듣지 못했던 좋은 대답이 쏟아졌다. (너무 많이 쏟아져서 제대로 줍지 못한 것이 함정….)
일련의 과정으로 느낀 것을 위 표의 형태로 정리했다. 우리 상품은 위의 두 타입 중 A타입에 가깝다. ‘투자유치 솔루션’ 이라는 것 자체를 실제 많은 창업자들이 잘 모른다. 그래서 대체재, 보완재와의 비교도 하지 못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솔루션 자체의 형태, 방향성, 대안에 대한 질문을 하니 좋은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고객 조사는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질문을 누구에게 해야 할 지 한 번 점검해보는 것은 더 중요하다. 고객 조사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문구로 글을 마친다.
“말을 타던 사람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했다면, 더 빠른 말을 달라고만 했을 것이다.”
- 헨리 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