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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리공 Aug 22. 2020

마케터는 무엇으로 사는가

<마케터로 살고 있습니다> 를 읽고


참 익숙하면서도 낯선 제목이다. 나도 마케팅으로 먹고살고 있기 때문에, 제목에 포함된 단어 중 뜻을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은 없다. 하지만 '마케터' , '살다(살고)' , '있습니다'  라는 이 세 단어가 합쳐지면 갑자기 생소하다. 어디 가서 나를 소개할 때, '마케팅 일 하고 있습니다' 라거나 '마케터입니다' 라고 말한 적은 있어도 '마케터로 살고 있습니다' 라고 말해본 적은 없다. 저자에게 마케팅은 밥벌이를 위한 수단을 넘어, 삶을 관철하는 철학이기 때문에 이런 제목이 나온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제목을 한참 보고 있자니 톨스토이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단편이 생각났다.


전형적인 방학숙제용 필독서처럼 생겼지만 나름 재밌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는 인간 존재를 다룬 우화다. 하나님을 거역한 대천사 미카엘은 인간 세상으로 쫒겨난다. 하나님은 미카엘에게 인간에 관한 3가지를 알아오게 한다. '1.인간의 마음 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 사랑' , '2.인간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 자신에게 필요한게 뭔지 자각하는 능력' , '3.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 사랑' 이다. 이런 질문들을 통해 톨스토이는 인간에게 필요한 삶의 원칙을 알려준다.



톨스토이의 단편이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근원을 질문한다면, 이 책은 마케터로 존재하기 위한 근원을 묻는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스스로와 독자에게 질문하며 책을 시작한다. '1. 마케터에게는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 , '2. 마케터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 '3. 마케터는 무엇으로 사는가.' 그러고 나서 자신이 체득한 답을 독자에게 공유한다.


 

1. 마케터에게는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 : 다양한 경험

먼저, 저자는 다양한 경험이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마케터는 항상 급변하는 외부 환경과 알수없는 고객 마음을 알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경험을 잘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쌓이는 경험이란 '일상 속에서도 작은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며' , '복기를 꾸준히 하며' ,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기' 로 완성된다. 마케터는 꾸준히 경험하고 이를 쌓아야 자신의 내공이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


물론 경험하라는 게 이런 맥락은 아니다




2. 마케터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 느낌표와 마침표

질문을 강조하며 저자는 다음 문장을 인용한다. '느낌표는 머리를 닫게 하지만, 물음표는 머리를 열게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어떤 질문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를 알려준다. 이건 왜 이렇게 해야 하지? , 이런 상품이라면 내가 살까? , 이걸 지금 해야할까? 등. 이런 자세를 저자는 '안물난궁 (안 물어봤지만 난 궁금하다)' 라고 말한다. 마케터로 살아가면서 느낌표와 마침표 대신, 끊임없는 물음표를 이어가며 삶을 확장해나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책으로 들을 수 있다.

 

마케터에게는 끊임없는 물음표가 필요...?


3. 마케터는 무엇으로 사는가 : 자신만의 관점

자신만의 경험과 끊임없는 질문은 나만의 관점과 태도를 만든다. 저자는 관점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자신이 구축한 관점을 소개한다. 그가 소개하는 자신만의 관점은 '일을 할 때 상황과 주변인을 파악하고, 일의 시나리오를 써보고, 마지막으로 줌인-줌아웃 을 하며 점검을 한다.' 는 것이다. 일하는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만의 방법론이 있지만, 막상 그 관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본 적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굳이 누구한테 보여줄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보면서 나도 일을 대하는 나만의 관점을 정리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




5~6년차에 접어들며 고민도 커지는 요즘이다. 마케팅이 적성에 맞는 건가.. 잘 하고 있는걸까..  라는 생각이 쌓이다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마케팅이라는 게, 개념은 있지만 정답은 없어서 할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었다. 인생의 고민 한방에 해결! 은 아니었다.

 

인생 근심 한방에 해결 같은 건... 이런 분 눈을 봐야 가능...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마케터로 하루하루 사는 방법을 돌아보게 되었다. 누군가 '마케터는 무엇으로 사는가' 라고 묻는다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축적해온 경험' , '끊임없는 질문' , '다듬어진 관점' 이라고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케터로 살아가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얻은 기분이다. 걸어가는 이 길이 내게 맞는 지 헷갈릴 때마다, 길 자체가 맞는지를 묻기보다 걷는 방법 3가지를 놓치진 않았는지 체크해야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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