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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리공 Apr 21. 2020

보내고 보내면 CRM이 되나요

CRM을 시작할 때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우선 이를 알리고 신규 회원을 모집하는 게 중요해서 퍼포먼스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이 무조건 우선이다. 하지만 점차 회사가 성장하다 보면 기존 고객 관리도 중요해진다. 흔히 이렇게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걸 CRM이라고 한다. 


기업이 성장하다 보면 CRM에도 힘을 써야 하는 시점이 온다. 회사마다 상황이 달라서 CRM이 필요한 성장단계를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여러 전문가의 자료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은 2가지 시점에 CRM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1. 경쟁이 심해져 신규 유저 확보비용이 높아질 때 
- 새로운 서비스에 호의적인 얼리어답터 고객들이 가입하고 나면, 신규 유저 확보에 비용이 많이 든다. 게다가 경쟁사까지 생기면 있던 고객의 관심마저 뺏기기 쉽다. 회사와 산업이 성장할수록 신규 고객 확보비용보다 기존 고객 관리가 더 중요하다. 성숙도가 높은 산업은 신규고객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이 기존 고객 관리비보다 7배 더 비싸다고 한다. *1


2. 누가 진짜 고객인 지 구별이 필요할 때 

- 회원이 많아지면 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 당장 문자를 보내는 것만 해도, 가입하고 1년 간 한번도 방문하지 않은 유저에게 계속 보내면 발송비용만 높아질 뿐이다. 장사 잘 하는 사람은 한번 올 손님과 단골 손님을 잘 구분한다. 


입만 열면 진리를 쏟아내는분


이렇게 기업이 CRM의 필요성을 느끼고 가장 쉽게 시작하는 게 카톡과 문자 발송이다. 플러스친구 계정을 만들어 유저를 확보한 뒤 광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유저의 폰번호를 받아 문자를 보내는 식이다. 앱서비스면 앱푸시를 보내기도 한다. 어쩄든 스타트업이 처음 CRM을 하면 일단 다 보낸다. 


처음에는 반응이 좋다. 아무리 광고라도, 안보내던 회사가 보내면 유저의 호기심도 생긴다. 하지만 반응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클릭율이 1%를 못 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그래도 보낸다. 안 보내는 것보다 낫고 어쨌든 매출이 조금씩 오르긴 하니까. 


하지만 이런식의 CRM은 한계가 명확하다. 강남역에서 나눠주는 헬스클럽 홍보 찌라시와 다른 게 없다. 운동이 필요한 사람에게 알려주는 헬스클럽 전단지는 '정보' 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 많은 강남역에서 누가 내 손에 억지로 찌라시를 꽂는다면 전단지는 그저 쓰레기일 뿐이다. 광고메시지도 마찬가지다. 받는 사람이 누군지, 어떤 상황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내고 보내기만 하면 버려지는 찌라시와 다를 게 없어진다. 


이게 다 광고비인데


CRM은 '고객 관계 관리' 다. 한쪽이 하고싶은 말만 하면서 관계가 생길수는 없다. 물론 회사니까 어쩔 수 없이 광고 메시지를 내보내야 한다. 하지만 기왕 보낼 거면, 이 광고를 정보로 받아들일 사람에게 최대한 도움이 될 시점에 보내는 게 필요하다. 신규 고객을 확보할 땐 right channel이 우선이지만, 2차 구매를 유도할 땐 right time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 데이터를 잘 쌓아두고, 끊임없이 분석하며, 고객을 다양한 기준에 따라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하고싶은 말만 하면 바로 옆에서 말해도 안듣는 게 사람이다... 


하지만 막막하다. 고객 데이터 쌓고, 그걸 분석해서, 분류한다는 건 너무 거창하다. 툴 활용법이나 분석법은 공부하면 된다고 해도 막상 브레이즈, 엠플리튜드, 메타베이스 등 이런저런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건 쉽지 않다. 우선 기존 유저를 분석하는 데 뭐가 필요한지도 처음엔 알기 어렵고, 두번째로 정작 회사 내부 개발 과제로 고객 데이터 수집 및 분류가 다른 과제에 밀린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투입비용 대비 성과 측정을 하기가 어렵다. 데이터를 쌓는 데 필요한 인력과 돈을 들여야 하는데, 해보지도 않은 채 성과를 장담하기도 참.. 실무자로서는 쫄리는 일이다. 


묻고 떠블로 가는 승부 같은 건 ... 철용이 형님같은 사람이나 할 수 있다 


대규모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말하기 전에 먼저 작은 성과부터 내보는 게 좋다. 문자를 보낼때도 어떻게든 다르게 보내고 보고, 그 이후 데이터도 기록해보며 작은 개선을 만들어 낸다. 그러고 나서 이를 여기저기 알리고 다닌다면 사람들 간에 공감대도 생길 수 있다. 전에 이런 식으로 데이터 프로덕트를 기획한 적이 있다. 먼저 구글 데이터스튜디오로 한땀한땀 노가다로 대시보드를 만들어 내부 공유를 했고, 이게 반응이 좋아서 실제 프로덕트및 유료 상품 구매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참 머리를 싸메고 있는것인데ㅜㅜ)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회사 내부 데이터 구조 이해가 정말 중요하다. 우리 회사에는 어떤 데이터가 어떻게 쌓이고 있는 지 알아야 한다. SQL을 하면 '우리회사에는 이런 데이터가 이렇게 쌓이고 있구나!' 를 알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금 내가 고객에 대해 알고싶은 자료를 정리하고, 나아가 필요한 행동(이벤트) 데이터를 세팅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톡 보내고 문자 보내고 푸시 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사실 이걸 모르는 회사나 마케터는 없다. 다만 단기적으로 매출 증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막 보내보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CRM은 고객 관계 관리 아닌가. 일방적인 대화에 관계는 없다.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확한 타이밍에 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에는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벌어지는 수많은 삽질을 하나씩 공유하려 합니다. 아는 게 많아 쓰기보다는 배운 걸 기억하려 쓰는 것이라 고수님들 많은 댓글 달아 주시면 감사감사



*1 - CRM과 고객관리전략 - 김형수 김영걸 공저

*  기타 참고한 책
   - CRM과 짜장면 배달, 박성수 저 
   - CRM에센셜, 김형수 저

   - 박성수의 CRM IT 컨설팅, 박성수 저

*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CRM 대중서는 김형수,박성수 선생님 두 분이 접수하신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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