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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joicewons Apr 17. 2023

오늘 하루 어땠나요? 괜찮았나요

완벽하지 않은 날들에게


“오늘은 정말 보람찬 하루였다.”

84년생 우리 언니가 국민학생이던 시절, 일기장 마지막 줄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문장이었다. 가족들이 모여 어린시절 이야기를 하면 여전히 회자될 만큼 유명한 문장인데, 매일 써야 했던 일기장에 분량을 채우기 위한 언니만의 참신한(?) 표현이었다고.


나는 외부의 영향을 잘 받는 편이다. 좋은 영향도, 좋지 않은 영향이든. 예전에는 거르지 못하고 다 받아들였는데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두어야 할지를 계속해서 분별하며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영향을 잘 받는다는 이야기를 왜 했느냐면 사실, 낮에 한 편의 글을 보았다. 책을 쓴다고 하면서 짧은 기간 동안 글을 쓰려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한 글이었다. 글쓴이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을지 모르나 나에게는 깊은 찔림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내 얘기였기 때문.. 몇 년 전부터 책을 내겠다고 사방팔방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정말 쓴 건 없는.. 사람.(바로 저예요.)


약간의 현타가 밀려왔다. 아니 조금 큰 현타가 왔다. 책을 내라고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내가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일인데, ’책을 낸다 = 글을 쓴다‘인데, 나는 글을 쓰려는 노력이 거의 없었다.


난 왜 글을 쓰고 싶은걸까?

난 왜 책을 내려는 걸까?


생각의 회로가 굴러간다.




아무래도 나의 글감은 대부분 일상에서 온다. 그래서 종종 하루를 돌아보며 단어들, 인사이트들을 정리하는 글을 자주 쓰게 되는 것 같다.


오늘은 며칠 만에 갖게 된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냈다. 한 달을 돌아보며, 별 것 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3월도, 4월도 정말 차곡차곡 알차게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내가 스스로 “별 것 아닌 시간”이라 생각했던 시간이 많았더라. 예상했던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은 다양한 순간도 있었지만 계획했던 일을 잘 마치기도 했고 말이다.


집에 들어가는 길, 유난히 뿌듯함이나 보람차지 않은 하루를 보낸듯한 날 - 성취감이 없는 무미건조한 날 - 의 나는 자책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름대로 나를 풀어주기 위해 편의점에 가서 좋아하는 쌀로별을, 혹은 죠스떡볶이 한 접시를 사들고 가기도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조금 기분이 좋아지니까.


그런데 오늘 좀 다르고 싶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집에 들어가기 전, 오늘 하루동안 만난 행복의 순간 그리고 오늘의 현타에 의한 도전(!)을 연결 지어야겠다는 마음이 불쑥 올라온 것. 그래서 집 앞 스타벅스에 들러 한 편의 글을 지어본다.


하루의 끝에서, 기록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과 핑계들이 밀려올 때 오늘의 이 에너지와 부지런한 사랑이, 나에게 오롯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은, 참 보람찬 하루였다!

 

- 4월 17일, PM8:48 아현역 스타벅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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