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무의 할 일
올해 초부터 내 마음에 계속 울림을 주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숲, 그리고 생태계‘이다.
숲에는 한 종류의 나무만 자라지 않는다. 크고 작은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저마다 자기의 역할을 하며 생태계를 구성하고, 더불어 공존한다.
이러한 나무들이 모여있는 숲의 특성이 여러가지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다. 각자 열매를 맺는 나무로써 존재하지만, 함께 어우러져서 “숲”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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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에게 숲과 생태계에 대한 그림을 갖게 해준 건, 2월에 참여했던 인터서브 Asme 스쿨 훈련에서였다. 아주 전통적인 시각에서의 ‘선교’에 대한 개념과 오해들을 부수는 시간들이었다. 타문화권 선교를 이야기 할 때 아주 오랫동안 여전히 나에게 이분법적인 사고들이 남아있었음을 보게 되었고, 그 질문들은 올해의 기도제목이 되었다.
그리고 5월, 한세대 구약학 박사이신 차준희 교수님의 설교 <나무의 영성>을 통해 조금 더 구체화 되었다.
나무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열매를 내지 않는단다. 생각해보면 나무가 맺는 열매는 결국, 타자를 위한, 공동체를 위한, 숲을 위한 것이었다.
그동안 나는 어떤 일에서 ”결실을 잘 맺었다“라고 말할 때, 그것은 어떤 일의 결과물 또는 성과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내게 맡겨진 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일. 그것이 내 인생의 열매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열심히 열매를 내기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게 되다보니, 사명이 때론 짐짝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옆에 있는 이들과 나를 비교하기도 하고, 숲을 떠나기도 하고.. ‘내가 보란듯한 열매를 내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두려움에서 근거한 실수가 얼마나 많았는지.
다행스럽게도 점점 말라가는 나를 살피시는 정원사 같은 분이 있다. 날마다 우리를 돌보신다. 가지를 잘라내기도 하고, 마르지 않는 샘 - 물이 흐르는 시냇가쪽으로 옮겨 심으셔서, 늘 충분한 영양분을 받는 나무로 살아가게 하신다.
이쯤되면 내가 건강한 나무로 자라나는 것과 열매 맺도록 도우시는 게, 나를 위할 뿐 아니라, 내가 속한 숲의 풍성함을 위한 일이라는 게 그저 감사해진다.
그저 빛을 향해 고개를 들고
그저 바람 부는 대로 흔들흔들 춤을 추고
그저 뿌리를 깊이 내려서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매일매일 자라가는 것. 그게 나의 할 일이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쫒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풀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