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숲속책방에서의 하룻밤
“나도 일정될 거 같아! 우리 그럼 아침 10:10 버스 타고 갈까?”
“좋아! 그럼 40분쯤 고속터미널에서 만날래?
“그래! 그러자~ 내가 미리 표는 끊어놓을게!”
그렇다, 지금 우리는 괴산으로 간다.
괴산의 숲 속에 있는 작은 책방을 찾아가는 중이다.
불과 몇 주 전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국제도서전에서, 남해의 봄날 출판사부스에서 괴산숲속책방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처음 이 책방이야기의 소개글을 봤을 때,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내게도 작은 책방을 꾸리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서 작년부터 종종 시간이 날 때, 책방투어도 하고 책방지기의 삶을 염탐(?)했는데, 그 과정 속에서 희망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편견이자 부러움과 질투가 여러 스푼 담겨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사실 그동안 책방을 꾸린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서 너무 현실적인 부분을 강조한 나머지, 책방지기의 환상을 와장창창 깨부수려는 날 선 이야기를 적잖게 들었다. 그런 표현 때문에 꽤 아쉬웠던 기억이 났다. 아직 내 속에서는 책방을 꾸리고 싶은 마음의 새싹이 자라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방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가치 있게 여기고 소중히, 신중히 고민할 수 있도록 해주면 안 되나 하고 지레 실망했던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든 것이다. 그래서 그냥 관심은 있었지만 무심하게 부스를 지나쳤다.
도서전을 다 둘러보고 나서, 이제 사고 싶은 책이 있었으면 그 책부스를 다시 찾아가서 사자고 했을 때 떠오른 건, 바로 그 남해의 봄날 부스였다. 함께 간 언니도 역시.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찾아간 부스에서 <숲속책방 천일야화> 책을 다시 훑어보았고, 저자 백창화 선생님의 사인본 도서를 함께 간 언니에게 선물했다. 읽고 빌리려는 심산으로^^
그런데 작가님이 인삿말로 건네신 “책방에 한번 놀러와요” 이 말이 내 귀에 콕 박혔다. 진짜 책방에 놀러가서 다시 만날 때 보여드리리라 생각하고 내친김에 인증샷도 찍어두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괴산숲속작은책방>을 카카오 지도에서 찾아 즐겨찾기 저장해 놓았다.
오늘, 그 곳에 친구와 함께 간다.
친구와 그동안의 서로의 근황들과 감사한 소식들을 나누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우리는 괴산터미널에 도착했다.
이제 괴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시내버스터미널로 가서 <수전/자연드림>행 버스를 타야 한다. 하루에 4번밖에 운행되지 않는다고 했다. 읍내에서 저녁 찬거리로 컵라면과 닭강정을 사서 무거운 손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버스정류장에 갔다.
터미널에 계신 기사님께 몇 번이고 확인하며 물어본 끝에, 우리의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인 ’미루마을‘ 앞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렸고, 드디어 탑승했다. 소요시간은 15분.
와 이제 드디어 가는구나!
15분 뒤, 어떤 광경을 보게될까.
그러나 정류장마다 나와야 할 안내방송이 없다. 앞서 동네주민분들만 알아볼 것 같은 정류장 위치에서 몇몇 어르신들이 내리는 것을 보며, 조금 불안해진 우리는 지도를 계속 보며 내려야 할 정류장 전에 벨을 힘껏 눌렀다.
그런데, 그런데,
버스가 멈춘 곳은 ‘미루마을‘ 정류장이 아니었다.
눈앞에는 강이 하나 대차게 흐르고, 조금 걷다 보니 현재 폐교상태가 된 칠성초등학교 외사분교가 있는 곳이 우리의 현재위치였다.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한 손에는 저녁먹을거리를 들고 우리는 언덕진 빗길을 하염없이 걸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5분 거리를… 우리는 20분이나 걸어가야했다. 다행이고 감사하게도 우리를 환영해 주려고 활짝 피어있는 길가의 예쁜 꽃들과 인사하면서 숲속책방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졌다.
그렇게, 우리는 드디어
괴산 숲 속의 작은 책방에 도착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