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때
책방에 들어서자마자, 차곡차곡 쌓인 책들을 보는 순간 마음에 행복감이 차올랐다.
문 앞에서 맞아주신 책방지기님께 우리가 오는 동안 겪었던 버스사건(!)의 한탄을 풀어놓음과 동시에 우리는 책방 영업부장님(나비님) 애교를 한 껏 받으며, 조금씩 이곳에 마법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울에서 동네 여러 서점들과 책방을 다녀보았지만, 이렇게 가정집에 꾸며진 책방은 처음이었다. 우리는 오늘 1박을 하면서 밤. 새. 도. 록 이 숲 속책방의 매력에 빠져 볼 생각이었다.
이어서 북스테이를 예약한 사람에게만 공개되는, 2층으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 보았다.
짐을 풀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우리는 벌러덩 방에 누웠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솔솔 몸도 식히며 책방지기님이 손수 작성하신 북스테이 사용설명서를 살펴보았다.
책방지기마저 퇴근하고 나면, 이제 책방은 온전히 여러분의 것입니다.
아, 정말 좋다..
우리는 등을 대고 누워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폭신한 매트리스에 누우면 바로 보이는 작은 창 밖에서는 비가 여전히 촉촉이 내리고 있었다.
충분한 쉼을 가지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본격적으로 책방탐험을 시작했다. 직접 내린 커피와, 괴산 하나로마트에서 사 온 참외를 디저트로 잠시 담소를 나누고, 드디어 책방 곳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사진으로 다 담기지 못한 아기자기함은 직접 가서 누려보시길)
서가에 있는 책들의 분야가 정말 다양했다. 이름은 작은 책방인데, 엄청난 양이 책들이 자리를 빛내고 서있다. 그리고 정말 놀라웠던 건, 책방 가운데 큐레이팅 된 책들은 정말 “신간 중의 신간“이었다.
우연히 집어든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유시민>을 보면서, 유시민 작가님이 언제 또 이런 책을 내셨나 싶어서 발행일을 찾아보니 무려 23.06.23 바로 지난주에 나온 뜨끈 뜨근한 책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06.29이었다)
책방을 둘러보면 둘러볼수록, 책방지기가 책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도 함께 읽을 수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책을 꼭 읽으세요 라는 말없이도, 책을 열렬히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 수 있을까.
책방의 마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작게나마 들려오던 빗소리가 잦아졌다.
비가 조금 그친 것 같네요,
밝을 때
마을산책 한번 다녀오실래요?
책방지기님의 제안으로, 더 깊은 책방탐험은 잠시 후로 아껴놓은 채, 미루마을 산책을 나갔다.
아직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우산을 들고 무거운 짐 없이 그저 목적 없는 산책을 하니 더없이 가벼운 마음이 들었고, 저마다 가꾸어놓으신 전원주택의 정원들을 엿보며 평온한 마을을 구경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책방으로 들어와 비밀스러운 이 숲 속책방의 책장들을 구석구석 탐험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계가 어느덧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왠지 잠들기 아쉬운 밤이었지만, 마음을 달래며 침대가 있는 다락으로 총총 올라가 몸을 뉘었다.
아니야 아무래도 안 되겠어하며, 방 안에 있는 책들의 목록을 보다가, 책 3권을 골라 들었다. (꿈도 크지… 자기 전 3권이라니 ㅋㅋ) 책들은 모두 책방지기이신 백창화 작가님이 쓰신 책이었는데, 그중에서 우연히 <누가 그 편에 설 것인가>를 가장 먼저 펼쳤고, 나는 그렇게 다시 일어나 앉아 단숨에 책을 읽으며 메모하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으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마지막 장은 미처 읽지 못하고 잠이 들어버렸고..
일어나자마자 친구와 함께 밤새 읽은 책 이야기와 이곳에 오기까지 나를 꿈꾸게 했던 집필의 마음을 나누었다.
더불어 아침을 먹으며, 책방지기 두 분과의 어젯밤 우리가 발견한 책들, 우리들의 삶과 고민 이야기를 한참 동안이나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체크아웃시간이 되어, 다음만남을 기약하며 책방을 떠나왔다.
한 여름밤의 꿈같기도 했지만, 또 현실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은 편안한 힐링의 시간이었다.
2023년의 절반이 지난 6월의 마지막 날,
긴 시간 공부를 마치고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는 내 친구도, 비슷하게 2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곧 졸업하는, 그리고 다가오는 방학특강과 2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나에게도. 우리 둘에게는 더없이 따스한 격려와 응원이 된 시간이었다.
괴산책방여행 세줄요약
1. 괴산숲 속 작은 책방에 다녀왔다.
2. 책을 읽고 나서 단 몇 줄이라도 기록해 두는 습관을 갖자.
3. 책방을 해야겠다는 마음과 꿈쟁이 인터뷰를 향한 확신과 용기를 얻었다. 지금 아이들과 책을 읽는 독서지도의 일도 물론이거니와. 내가 책방을 하고 싶은 이유는 책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유일한 존재인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배워가는 그런 선물 같은 책들을 알리는 책방을 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다음 여행은 스위스다!!!!!
괴산 숲속작은책방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명태재로미루길 90 (미루마을 28호)
문의전화 043-834-7626
운영시간 13:00~18:00 (월·화요일 휴무)
이용료 1인 1책 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