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경력 6년 동안 가장 크게 배운 것
이번 주 12월 12일은 아이들이 태어난 지 꼬박 4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엔 여유가 없을 거 같아서, 미리 당겨서 생일을 축하해줬다. 고구마, 호박,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넣어서 평소보다 조금은 특별한 간식을 만들어주었다. 아이들은 찹찹 소리를 내면서 잘도 먹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소라를 반려한 기간까지 합치면 보호자 경력은 6년이 되어간다. 아기 엄마가 육아 정보를 나날이 습득해가듯 산책줄을 입히고 사료와 간식을 비교해서 구매하고 아이들과 의사소통하는 기술이 자연스레 내게 장착되었다.
개를 키울수록 크게 느끼는 건 동물도 감정이 있다는 사실이다. 슬픔과 기쁨 외에도 반가움과 초조함 등 사람처럼 복합적이고 세밀한 기분을 느낀다. 개가 네 마리이기에 둘씩 나눠 산책하는데, 희망이와 사랑이가 먼저 밖에 나가면 남아 있는 기쁨이는 ‘힝힝’ 우는 소리를 낸다. 혼자 외면받았다고 느낀 것이다. 며칠 전에는 사랑이가 5개월이 되었을 무렵 함께 장난을 치던 이웃집 개를 만났다. 보호자분이 산책줄을 놓쳤는지 끈이 풀려서 곧장 우리 애들에게 달려왔다. 그러곤 사랑이에게 직진해서 사랑이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밀착한 뒤 킁킁 냄새를 맡았다. 3년 동안 우리 사랑이를 기억하고 있었던 거였다. 아침에 줄넘기를 할 때는 고양이 두 마리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 ‘까꿍 까꿍’ 놀이하는 귀여운 모습도 보았다.
아이들과 산책하고 있을 때면 고마운 분들을 만난다. 아이들이 예쁘다고 매번 인사를 건네주시는 분도 있고, 뒤에 차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감지하지 못했을 때 ‘빵’ 소리를 내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주시는 운전자분도 있다. 또 차가 어디로 올지 몰라 우왕좌왕 피하려는 우리를 보고 어디로 갈 건지 깜빡이로 친절히 안내해주시는 분도 있다. 그 깜빡이에서 배려를 느꼈다.
한 달 전 아침, 엄마가 산책하다가 갓 태어나서 아장아장 걷는 작은 고양이 두 마리를 봤다고 했다. 엄마가 인형처럼 예쁘다고 하셔서 나도 만나보고 싶었다. 그런데 오후 산책을 하려는데 아이들이 킁킁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산책줄을 끌었다. 누워 있는 작디작은 검은 물체가 보였다. 조금 가까이에 가니 엄마가 말한 아기 고양이라는 걸 직감했다. 눈에 띄는 외상이 없었지만 숨을 쉬지 않았다. 흙이 좋은 곳에 이 아이를 묻어주었다. 아이를 삽으로 드는 데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워서 마음이 아팠다. 다른 동물이 훼손하지 못하도록 단단한 나뭇가지를 올려두었다. ‘좋은 곳에 가렴. 부디 행복하게 태어나렴’ 하고 기도해주었다.
몇 주 전, 먹을거리를 바리바리 싼 캐리어 두 개를 양손에 쥐고 빠른 걸음으로 외할머니댁을 향해 가던 엄마가 멈칫했다. 뒤따라가던 나는 의아했다. 엄마는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엄마가 말했다.
“고양아, 괜찮아.”
고양이가 놀랄까 봐 걸음을 멈추고 안심시키려 평온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계셨던 거였다. 나 역시 길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우연히 만날 때면 크기가 작든 크든 어떤 종류이든 상관없이 행동을 천천히 늦춘다. 아이들을 키우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졌다고 느낄 만큼 많은 것을 배웠다. 그중 가장 크게 배운 건 ‘동물에 대한 예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