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메이커
집을 짓기로 했으나 막상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한국에서는 만약 전원주택을 짓는다고 하면 설계사와 시공사를 집 짓는 사람이 직접 찾아가 설계를 받고 시공사를 찾아 시공을 부탁해야 한다. 각각의 과정은 업자에게 부탁한다고 해도 업체 간의 의견 조율 등의 관리는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내와 이야기해본 결과, 일본은 집 짓기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업체가 있어 그곳에 부탁하면 된다고 했다. 그때는 집 짓기가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커다란 착각이었다. 업체수가 너무 많아 업체를 선택하는 것부터 큰 문제였다. 일단, 집 짓기를 하는 업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지역의 공무점(소규모지만 그 지역의 강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게 가격이 저렴하고 지역 특색에 맞는 집을 잘 지어준다.)과 하우스 메이커(대기업, 업체마다 정형화된 상품이 있고 가격이 비싸다.)이다. 그중에서 보증이 더 좋고 인지도가 있는 하우스 메이커를 선택하기로 했기에 아내와 나는 하우스 메이커 전시장을 보러 갔다.
하우스 메이커?
쉽게 말해서 집을 지어주는 회사이다. 그러나 처음 계획부터 토지 소개, 대출 소개, 설계, 인테리어, 건축, 외부 정원까지 집 짓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관리해주는 회사라고 보면 된다. 일본의 가장 대중적은 주거형태는 단독주택이므로 단독주택 시장이 엄청 발달해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하우스 메이커만 22개 정도이고 지역별로 유명한 곳을 다 더하면 그 이상이다.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이 하우스 메이커들이 전부 각각의 특색을 가지고 있고 가격도 평당 400만 원부터 1000만 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여기서 내 고민은 시작된다. 만약 스마트폰을 사는 거라면 실패를 해도 팔고 다시 사거나 2년을 버텨서 새 것을 다시 사면된다. 그러나 집은 그럴 수가 없다. 나와 내 가족이 오랫동안 생활할 곳이고 재해가 있을 때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경제적으로도 일본은 집도 차와 똑같이 감가상각을 적용받기 때문에 새집의 문을 여는 순간 가격은 떨어진다. (보통 3억짜리 집을 지으면 1년 지나면 2억 5천이 된다고 한다. 토지가치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하우스 메이커를 대충 고를 수가 없었다.
하우스 메이커 종류
많은 하우스 메이커가 있지만 내가 직접 가본 곳의 특징만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집을 짓는 하우스 메이커이다. 철골과 목조 둘 다 가능하고 큰 거실 공간, 큰 창문과 세련된 외관이 특징이다. 우리 부부도 전시장을 방문했을 때 정말 멋있고 드라마에 나오는 집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평단가 : 76~121만 엔
일본에 숲을 가지고 있어 나무를 사용한 집 만들기에 정통한 하우스 메이커이다. 바닥재에 나무를 통째로 쓴 무구 등을 저렴하게 채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빅 프레임 구조라는 자신들만의 건축구조를 개발 나무를 쓴 집에서도 기둥 없는 큰 공간이 가능하고 창문도 넓게 틀 수 있다. 이 하우스 메이커도 정말 멋있었는데 세키스이하우스의 전시장이 돌의 느낌이 강했다면 스미토모임업의 전시장은 숲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평단가 : 73~107만 엔
독자 개발한 모노코크 구조를 이용 채용하여 내진성이 아주 좋은 집을 짓는 하우스 메이커다. 지붕에 단열재를 두껍게 넣어서 2층의 천장을 없애고 지붕까지 넓은 실내공간을 만드는 것도 특징이다. 건축 공법 때문에 위의 두 하우스 메이커처럼 창문을 아주 크게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단가 : 50~93만 엔
ALC(경량 기포 콘크리트)를 건축재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인 하우스 메이커다. ALC는 단열성이 우수하고 습기에도 강해서 고층 건물에도 자주 사용되는 건축자재이다. 또, 철골구조 내부에 댐퍼가 설치되어 있어 내진성도 우수한 집을 짓는다.
평단가 : 63~101만 엔
두꺼운 우레탄 단열재, 전관 공조 시스템, 바닥난방(온돌 시스템)등을 채용하여 가장 따뜻한 집을 짓는 하우스 메이커다. 여러모로 기술적인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고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집을 짓는다. 너무 기술과 가격적인 부분에 치중하다 보니 인테리어나 외관은 다른 하우스 메이커에 비해서 좀 떨어지는 편이다.
평단가 : 47~83만 엔
어디를 골라야 할까?
우리 부부는 처음 주택 전시공원(각 하우스 메이커들이 모여 전시장을 지어놓은 곳)에 갔을 때 스미토모 임업을 방문했었다. '집이야 다 비슷비슷하지 뭐 별거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갔던 나는 세련된 인테리어에 엄청 놀랐다.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집 같았다. 특히 침실은 침실에서 바깥 경치를 훤히 볼 수 있어서 마치 리조트에 온 느낌을 받았다. 그 외에도 한국의 보통의 아파트에서는 보기 힘든 계단 밑의 공간이라던지 후키누케(2층 바닥을 없애고 아래위로 훤히 뚫린 공간), 워크 스페이스 등도 굉장히 좋았다. 그런 인테리어에 부부 둘 다 매료되어 "조금 비싸더라도 스미토모 임업으로 하자!"라는 합의를 본 뒤에 영업맨과 미팅을 하기 시작했다. 이 선택이 훗날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