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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콜론 Jan 14. 2022

청소

내 마음에 기름칠을 하다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우리 집은 청소를 자주 하지 않는다.

그 흔하디 흔한 청소기조차도 노즐이 없어서, 먼지를 흡입하려면 걸레질하듯 쓸어야 한다.


더구나 집사이기 때문에 내가 모시는 주인이 흘리는 털의 양이

하루 세 번 청소를 해도 모자랄 정도라, 사실상 포기했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청소도 종류가 있다.

가볍게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물건들을 제자리에 옮기는 가벼운 행위부터

방을 쓸고 걸레질을 하는 보편적인 것과

물건의 구조를 바꾸고 방의 분위기를 변환시키는 큰 일까지.


작건 크건 우리가 인지하는 것과는 별개로 청소는 삶에서 빼놓을  없는 친구와 같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쏟아지는 불필요한 부산물들을 쓸고, 닦음으로써 항상 청결을 유지한다.




살이 포동포동 오른 햄스터들이 쳇바퀴를 열심히 굴리는 모습을 볼 때면,

끝이 어딘지 모르면서도 그곳을 향해 매일같이 반복된 일상을 살아가며 달려가는  삶을 보곤 한다.


그리고 햄스터가 도중에 해바라기씨를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때면,

 삶에서 휴식이라   있는 윤활유가 없었음에 탄식하곤 한다.




회사 동료 중에 운동을 좋아하는 분이 계신다.

그리고 운동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렇지만, 마음에 쌓인 찌든 때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분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운동에 관한 설명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운동은 몸에 쌓인 노폐물들을 밖으로 내보내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방을 청소하듯 항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내 마음은 어떠한가.

상사와 부하직원으로부터 받은 쓴소리, 이성과의 콤한 속삭임.

여러 가지 상황 속,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는 와중에 넝마가 되어버린 내 마음.


세상에 태어나 말을 하고 걸어 다닐  있게 되었을 

내가 세상을 바라보던 시각과 그때 맡았던 바람에 실린 풀내음.


윤활이   상태로 출하된 기계처럼

세상에 두발 딛고 신나게 뛰어놀며 내가 할 수 있는 힘 껏 모든 것을 부딪혔던 그 시절.


그러나, 그 이후로 더 이상 관리되지 못한 내 마음은

그저 하루를 살아내며 버틸 힘뿐이 없게 되어버렸다.




청소가 필요하다.

애써 참으며 마음에 쌓인 노폐물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옮기는  말고.

나도 모르는 저 깊은 곳으로 던져놓는 것 말고, 제대로 된 청소 말이다.


망가진 부분을 고치고 뻑뻑한 곳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다시 이전처럼 생기 넘치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

그리고, 이런 나의 마음을 함께하는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우리는 청소가 필요하다.


우리의 삶 가운데 항상 함께하는 것은 청소뿐이 아니기에

깨끗이 새 단장된 우리의 마음은 같은 하루를 살아도

전혀 다른 하루를 우리에게 선물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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