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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Mar 18. 2024

성공방정식을 탈출한 지옥의 게임

단테의 ‘신곡'을 통해 본 '오징어 게임’


[연재 주]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의 여정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닮았다. 하우스 오브 카드를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괴테의 파우스트일지 모르고, 오징어 게임은 현실에 펼쳐진 단테의 지옥이다. OTT는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창조했다. 누군가에는 멋진 신세계지만 누군가에게는 실낙원인 이곳. 이 경계의 세계를 대표하는 인물, 작품, 브랜드를 16주에 걸쳐 연재하려고 한다. 매주 2편의 신작과 명작 추천은 별책부록이다. 부디 이 책이 플랫폼의 타율을 올리고, 제작사의 구종을 늘리고, 창작자의 구위를 높이는 작업이 되기를. 그리고 모든 시청자에게 시간의 자유가 함께 하기를. 뉴스레터 구독


프롤로그  

시리즈로 부활한 비운의 시나리오  

천만 배우 없는 캐스팅 시스템  

원작에 의존 않는 오리지널 스토리  

오징어 별자리의 숨은 별들  

성공신화에 집착하는 아귀들  

에필로그


프롤로그

모든 희망을 버려라, 들어오는 그대들이여. 단테 '신곡' 中


지옥에도 질서는 있다. 단테의 ‘신곡(神曲, Divine Comedy)’은 인간의 구원과 신을 대하는 자유의지를 주제로 서구의 기독교 문명을 집대성한 문학 작품이다. 현대 기독교에서 묘사하는 대부분의 지옥은 신곡의 영향을 받았다.


단테가 그린 지옥 최하층에는 마왕이 묻혀 있고,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소크라테스부터 히포크라테스, 에피쿠로스뿐만 아니라 정치가 카이사르, 전사 헥토르, 시인 호메로스까지. 단테의 지옥은 현대의 신화라고 부를 수 있는 영화와 드라마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황동혁의 ‘오징어 게임(이하 오겜)'은 현대인의 지옥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오겜은 456명의 사람들이 456억의 상금이 걸린 미스터리한 서바이벌 데스 게임에서 생존하는 이야기다.


오겜은 하층민들이 가난을 탈출하기 위해 상대를 서슴없이 죽이는 지옥도를 그리고 있다. 오겜의 신은 ‘돈’이고, 인간의 가치는 1억이다. 성별, 외모, 학력, 출신성분과 상관없이 모두 1억짜리 인간들이다. 돈을 가진 ‘신'들은 일억짜리들의 적자생존 살인게임을 마치 극장에 온 관객처럼 즐긴다.


오겜의 지옥은 놀이터가 된 ‘섬’이고, 단테의 지옥은 역피라미드의 ‘층’이다. 두 지옥의 모습은 다르지만, 모두가 탈출하고 싶은 지긋지긋한 현실이다.


선생님, 저랑 게임 한번 하시겠습니까?


명청(名聽)이 없으면 명창(名唱)도 없다.


시리즈로 부활한 비운의 시나리오

나를 거쳐 길은 황량의 도시로.
나를 거쳐 길은 영원한 슬픔으로.
나를 거쳐 길은 버림받은 자들 사이로.
신곡 '지옥편' 中


오겜은 2008년 극장용 영화로 기획됐다. 시나리오는 2009년 완성됐지만 환영받지 못했다. 영화 투자자들은 오겜이 비현실적이고 이상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영화는 제작되지 못했고, 12년 후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단 12일 만에 역사상 가장 흥행한 시리즈에 등극한다.


황동혁 감독은 2007년 영화 ‘마이 파더'로 데뷔했다. 작품은 호평받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가 이어졌고,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에 의지해 생활하며 현금이 필요해서 시나리오를 써야 할 노트북을 팔아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하릴없이 만화에 빠져 살던 황감독은 ‘도박묵시록 카이지’ 등에서 영감을 받아 오겜 집필을 시작했다.


2009년 영화 시나리오와 2021년 드라마 대본은 뭐가 달라졌을까? 이야기의 뼈대는 거의 같다. 심지어 회차 제목까지 동일하다. 그럼 12년의 시간이 바꾼 차이는 뭘까? 100억이었던 애초의 상금이 늘어나면서 게임 참가자도 늘어난 점, 드라마의 길이를 고려해 일부 게임이 추가된 점 등이다.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명청(名聽)이 없으면 명창(名唱)도 없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도 좋은 투자자를 만나지 못하면 종잇장에 불과하다. 좋은 시나리오를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극장용 상업영화의 경우 주로 할리우드 스토리텔링 공식을 따른다. 완벽한 공식이 있더라도 대부분의 투자심사는 독창적인 소재, 구조, 내용보다는 예산, 감독의 경력, 배우 캐스팅 등의 현실성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황감독은 오겜을 통해 자본주의 풍조에 관한 현대적인 우화를 쓰고 싶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우리의 실제 생활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길 원했다. 하지만 2009년 당시 영화계는 오겜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의 주연급 배우들도 모두 출연을 거절했고, 시나리오는 서서히 잊혔다.


좋은 광고는 좋은 광고주가 만들고, 좋은 영화는 좋은 투자자가 만든다. 좋은 투자자는 안목 있는 사람이다. 과거를 잣대로 평가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꿰뚫어 볼 줄 아는 사람이다. 오겜 시나리오는 좋은 투자자를 만나지 못했다. 그렇게 창고에 묻혔던 시나리오는 12년이 지나 넷플릭스를 만나 시리즈로 부활한다.


우리 모두의 공식을 완전히 바꾼 작품


천만 배우 없는 캐스팅 시스템

오겜의 주인공은 배우 이정재다. 이정재는 총 4편의 천만 영화에 출연했다. 영화 ‘도둑들'과 ‘암살'은 공동 주연이고, ‘신과 함께' 시리즈는 특별 출연이다. 그가 오겜에 캐스팅될 당시, 단독 주연한 천만 영화는 없었다. 공동 주연인 배우 박해수와 조연 위하준은 주목받던 신인이었고, 정호연은 그야말로 무명배우였다.

 

지금은 모두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지만, 당시 오겜의 캐스팅은 스타성이란 관점에선 평범했다. 하지만 연기력 측면에선 매우 특별했다. 기훈모 ‘오말자’ 역의 베테랑 배우 김영옥 선생과 연극계의 대배우 오영수 선생이 ‘오일남' 역으로 열연했고,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이병헌'과 ‘공유'가 특별출연했다.


오겜의 조연들 역시 연기력으로 빛났다. 장덕수역의 허성태, 한미녀역의 김주령, 알리 압둘역의 아누팜 트리파티, 지영역의 이유미. 그 외에도 이두석, 김윤태, 유성주, 곽자형, 정우혁, 이상희, 문정대, 윤돈선, 임기홍, 김서현, 김동현 등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넘나드는 연기파 배우들이 오겜의 지옥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은 모두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삶의 벼랑 끝에 서 계신 분들입니다. 오징어 게임 中


결과적으로 오겜의 대흥행은 출연 배우들을 스타로 만들었다. 이정재 배우는 디즈니 ‘스타워즈'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었고, 오겜 시즌2에도 출연한다. 정호연 배우는 제28회 미국 배우조합상 ‘드라마 여자배우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스타로 등극했다. 단역이었던 이유미 배우도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여우 게스트상‘을 수상하며 샛별처럼 떠올랐다.


우리 모두의 공식을 완전히 바꾼 작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미국에서 관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스타들을 캐스팅하는 것이 필수였지만, 오징어 게임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화매체 인디와이어는 “스필버그가 미국식 스타 시스템에 기대지 않고 흥행에 성공한 오징어 게임에 박수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우 캐스팅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스타 캐스팅만이 능사는 아니다. 스타 캐스팅은 낮은 안목의 투자자를 위한 포장지인 경우가 많다. 투자자의 안목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관행이다.


사람은 벼랑 끝에서 가장 절실하다. 오겜의 배우들은 절실함을 연기했고,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았다. 절실함 속에 흥행의 씨앗이 심겨 있다. 씨앗이 별이 된다.


원작을 쓰거나, 원작이 되거나.


원작에 의존 않는 오리지널 스토리

네가 이 숲을 벗어나고자 한다면 다른 길로 가야 한다. 신곡 '지옥편' 中


오겜은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시리즈다. 영화 ‘기생충'도 원작이 없고, 드라마 ‘더글로리’도 ‘겨울연가'와 ‘대장금'도 별도의 원작이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K-콘텐츠는 대부분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인 경우가 많다. 오리지널은 ‘기원(起原)’이고 ‘독창성(獨創性)’이다. 오겜은 스스로 기원한 독창적인 작품이다.


물론 좋은 원작을 만나 성공한 작품도 많다.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대부' 시리즈 원작은 ‘마리오 푸조(Mario Puzo)’의 소설이다. 지금까지 평단의 최고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 ‘쇼생크 탈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출세작 ‘다크 나이트' 시리즈, 아카데미 최다 부문 수상작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모두 원작이 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검증된 소재와 팬덤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원작이 유명할수록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이 쉽고, 흥행에도 유리하다. 반면 원작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고, 팬들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으며, 재해석에 실패할 경우 창의성이 제한되는 단점도 명확하다.


스스로 원작이 되어 성공할 경우, 자유로운 상상력과 독창성을 크게 확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신선함에 대한 관객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고, 실패 위험이 크다. 그래서 작품성 확보를 위해 기획에 투여되는 자원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하다. 결정적으로 손실회피 성향이 큰 투자자를 만나면 투자받을 확률이 거의 없다.


원작을 쓰거나, 원작이 되거나.

단테의 본명은 ‘두란테(Durante)’, 참고 견디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단테는 1308년부터 12년간 ‘신곡’을 썼다. 집필을 마치고 1년 후 단테는 사망했다. 신곡은 이탈리아 문학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자, 인류 문학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작품이다. 단테의 ‘신곡’은 무수히 많은 별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천국으로 마무리된다. 단테는 스스로 별이 되기를 선택했다.


우리 세상을 가볍게 보는 정신이 최고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것에 사고의 방향을 돌리는 사람이 진정 현명하다. 신곡 ‘천국편’ 中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징어 별자리의 숨은 별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다. 오겜의 감독은 황동혁이고, 작가도 황동혁이다. 그의 사업 파트너는 영화 제작자다. 오겜의 제작사는 싸이런픽쳐스고, 대표는 김지연이다. 김대표는 2009년 영화 ‘10억'으로 데뷔했지만 흥행에선 크게 실패했다. 10억은 오겜처럼 거액을 걸고 벌어지는 리얼 서바이벌 데스게임 형식의 스릴러 영화였다. 김대표는 이후 절치부심 영화 ‘남한산성'을 제작한다.


영화 ‘남한산성'은 김훈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다. 김훈의 아버지는 한국 최초의 무협지 ‘정협지’를 쓴 김광주 작가다. 그리고 김훈 작가의 딸이 오겜의 제작자 김지연 대표다. 김대표는 2011년 아버지의 소설 ‘남한산성’ 판권을 구입, 2017년 영화로 제작했다. 이 영화의 감독이 바로 오겜의 황동혁이다.


제가 인기작가의 딸이라는 걸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한 일의 결과로써 인정받고 싶지, 아버지의 후광을 얻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요. 물론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 반대죠. 제가 인정을 받을 위치가 되면 아버지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기가 조금 쑥스럽네요. 2009년 김지연 대표 인터뷰 中


남한산성은 김지연 대표와 황동혁 감독을 이어준 소중한 작품이다. 둘의 인연은 4년 후 오겜으로 이어졌고, 지금까지도 감독과 제작자로 손발을 맞추고 있다.


오겜은 연출과 제작 이외에도 뛰어난 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정재일 음악감독은 오겜 이전 영화 ‘기생충'으로도 명성을 알렸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미키 17’과 오겜 시즌2에도 참여한다.


오겜의 미술을 맡은 채경선 감독은 영화 ‘효자동 이발사'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네모, 세모, 동그라미와 분홍색, 노란색, 붉은색 등의 과감한 원색을 사용한 그의 미술은 제26회 미국 미술감독조합상 ‘1시간 현대극 싱글 카메라 시리즈상’을 수상했다. 그는 최근 디즈니플러스 ‘무빙'의 미술감독으로 활약했고, 역시 오겜 시즌2에 참여한다.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징어 게임 ‘사회자’ 대사 中


오겜의 모든 살인게임은 분홍 옷을 입은 ‘네모 가면'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배우 김병철이다. 그는 2019년 오겜 오디션을 본 후 ‘연설관리 가면' 역할로 캐스팅됐다. 김배우는 2002년 극단 ‘목화’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많은 역할을 맡았다. 오겜을 통해 얼굴은 알리지 못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전 세계인이 기억하는 오겜의 시그니처가 됐다.


"96번, 탈락"

오겜에는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게임에서 탈락한 번호를 무미건조하게 외치는 여성 내레이터의 목소리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성우 전영수다. 전성우도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 오겜의 모든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나오는 ‘카메라를 바라보세요. 스마일~!’ 목소리도 그가 녹음했다.


세상에 만들어진 신화는 없다.


성공신화에 집착하는 아귀들

우리 인생길의 한 중앙, 올바른 길을 잃고서 어두운 숲을 헤매고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을 무서움으로 적셨던, 골짜기가 끝나는 어느 언덕 기슭에 이르렀을 때 나는 위를 바라보았고, 이미 별의 빛줄기에 휘감긴 산 꼭대기가 보였다. 사람들이 자기 길을 올바로 걷도록 이끄는 별이었다. 신곡 ‘지옥편'의 첫 문장 中


오겜은 작품을 넘어 하나의 현상이 됐다. 성공신화가 탄생하면 거머리처럼 기생하는 아귀 떼도 함께 태어난다. 2021년 이후 오겜의 성공방정식을 억지로 짜깁기한 실용서적과 유튜브 콘텐츠가 난무했다. 지금도 오겜을 마치 준비된 ‘K-콘텐츠 정책’이나 대단한 전략의 결과물인 양 말하는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세상에 만들어진 신화는 없다.
대장금 열풍도 마찬가지였다.

오겜 이전 대한민국 최고의 한류 드라마는 ‘대장금'이다. 대장금은 2003년 MBC에서 방영된 사극으로, 조선시대 궁녀였던 '서장금'이 의녀가 되기까지의 험난한 성장 과정을 그린 웰메이드 드라마다. 대장금은 일본, 중국, 중동 등에서 커다란 문화현상이 되었고, 이영애 배우는 한류스타로 세계적인 명사가 됐다.


대장금을 연출한 이병훈 PD의 출세작은 드라마 ‘허준'이다. 허준은 한류붐의 주인공은 되지 못했지만, 대장금의 부모 같은 작품이다. 즉, 허준이 없었다면 대장금도 존재할 수 없었다. 대장금은 한국 드라마의 장인정신이 만든 결과물이다. 그런데 대장금 이후 한국의 문화진흥기관들은 조선시대 메디컬 드라마 제작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한다. 대장금 신화의 본질을 한국 고유의 문화코드라고 크게 착각한 것이다. 그렇게 몇 편의 작품이 제작됐고, 수십억 원을 날리고 모두 실패했다.


성공신화에 숟가락을 얹는 아귀들은
전문가와 정부뿐만이 아니다.

2021년 오겜의 신화가 시작되고, 한국 영화투자배급사 쇼박스의 주가가 연일 급등했다. 2018년 쇼박스가 오겜의 제작사 싸이런픽쳐스에 투자했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겜의 흥행과 쇼박스의 실적은 전혀 상관이 없다. 심지어 제작사인 싸이런픽쳐스와도 상관이 없다. 오겜은 넷플릭스의 ‘IP’고, 오겜의 흥행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이익은 넷플릭스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너희들이 시체에서 장기를 떼어내서 팔든, 장기를 통째로 씹어먹든 난 관심이 없어. 하지만 너희들은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망쳐놨어. 평등이야. 이 게임 안에선 모두가 평등해. 참가자들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공평하게 경쟁하지. 바깥세상에서 불평등과 차별에 시달려 온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야. 너희들이 그 원칙을 깼어. 오징어 게임 ‘프론트맨' 대사 中


아무에게도 게임을 강요한 적이 없어.


에필로그

★★★ 좋은 장면도 많지만 안 좋은 장면도 있다. 좀 더 잘만들 수 있는 드라마 하지만 재밌다. 이동진


오겜은 재미있는 작품이다. 볼 때마다 새롭고, 다시 봐도 즐겁다. 오겜은 독창적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장르는 아니다. 수많은 데스게임 작품이 존재해 왔고, 오겜의 일부 설정은 다른 작품들과 유사점도 많다. 하지만 게임 도중 참가자들의 투표로 게임을 중단하고 돌아가는 설정은 오겜만의 시그니처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는 매년 9월 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로 선포했다. 황동혁 감독과 이정재 배우는 오겜으로 나란히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오겜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건 맞지만 그건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190개 국가에 국한된다. 중국에선 아직도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단테의 신곡은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서도 문학이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업적을 이루었다. 단테는 신곡을 통해 문학적 장치의 뛰어난 설계자로 인정받았다. 균형과 절제의 미학을 완성한 단테는 호메로스,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와 함께 서양 문학사 최고 존엄 중의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오겜은 신화를 쓰고 있는 중이다. 오겜의 성공은 대장금처럼 황동혁 감독과 제작진의 투혼이 시청자의 호응과 어우러지며 태어난 결과물이다. 특히 황동혁 감독은 치아 6개가 빠지는 고통을 극복하며 작품에 몰두했다. 이 외의 성공에 관한 분석은 모두 흥행 결과에 짜 맞춘 억지 공식일 뿐이다.


오겜은 성공방정식을 따른 적이 없다. 오히려 이후 작품들이 오겜을 하나의 공식처럼 추종했을 뿐이다. 이제 오겜은 중요한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다. 성공신화에 달라붙었던 아귀들은 흥행 결과에 따라 악귀처럼 돌변할 수 있다. 물론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1편보다 재미있기를, 지옥보다 천국이기를.


아직도... 사람을 믿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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