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을 입체로 바꾸는 '비스듬한 선' 하나
2026년 4월의 어느 새벽, 저는 한로로의 '입춘'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코로나가 방을 가둬버렸던 그 시절에 시작된 노래입니다. 그 안에는 한 세대가 잃어버린 차원이 통째로 들어 있습니다. 서사는 평면 위에 그려지지 않습니다. 비스듬히 찔러 올라가는 한 줄의 선에서 시작됩니다. 오늘은 그 선을 함께 그어보려 합니다. ➡ 마감임박ㅣ프롬 4월 수업
차원의 설계자
비스듬한 생각
로스트 제너레이션
한로로와 '차원의 생각'
차원확장 체크리스트
우리가 가보지 못한 세계
스토리 엔지니어링이라는 차원
차원의 설계자
1637년, 데카르트는 천장의 파리 한 마리에서 세계의 좌표를 발견합니다. 가로와 세로, 두 개의 축이 교차하는 그 순간 평면이 인간의 사고 안으로 들어옵니다. 도형이 수식이 되었고, 세계가 데이터가 되었습니다. 좌표계는 인류 최초의 차원 혁명이었습니다.
271년이 흐른 1908년, 민코프스키는 거기에 '시간'이라는 네 번째 축을 꽂아 넣습니다. 쾰른 강연에서 그는 "이제 공간은 그 자체로, 시간은 그 자체로 그림자가 될 것이며, 둘의 결합만이 독립된 실재로 남는다."고 말했죠. 차원을 하나 더 세우는 일은, 낡은 세계의 종말을 예언하는 일입니다.
비스듬한 생각
평면 위 두 점을 입체로 끌어올리는 선은 수직도 수평도 아닙니다. 비스듬한 선입니다. 종과 횡만으로는 깊이가 생기지 않습니다. 비스듬함은 두 축을 동시에 거스르는 각도이고, 새로운 차원을 여는 최소 단위입니다.
맥락(脈絡, Context)이라는 단어도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맥락은 정보를 나란히 늘어놓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층위를 비스듬히 겹쳐 읽을 때 비로소 태어납니다. AI 시대의 프롬프트도 같습니다. 정답을 직선으로 묻는 순간 모델은 평면으로 답합니다. 질문을 비스듬히 기울일 때, 비로소 모델은 입체로 응답합니다.
로스트 제너레이션
1920년대 파리, 거트루드 스타인은 헤밍웨이에게 "You are all a lost generation"이라는 한 문장을 던집니다. 그 한 문장이 한 세대의 이름이 됩니다.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솜 전투의 참호에서 살아 돌아온 톨킨의 『반지의 제왕』. 작품의 얼굴은 모두 다르지만 질문은 하나입니다. 폐허 이후, 우리는 무엇으로 세계를 다시 짓는가?
100년 뒤, 코로나라는 보이지 않는 전선이 또 한 세대를 갈라놓습니다. 대학 2학년에 방으로 돌아가야 했던 한 국문학도가 그 고립을 가사로 옮기기 시작합니다. 한로로. 데뷔 싱글 '입춘'에서 정규 1집 『자몽살구클럽』, 그리고 EP 『이상비행』까지. 이 기록들은 하나의 선언과 다르지 않습니다. '코로나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문학적 회복 선언. 헤밍웨이가 소설로 했던 일을, 한로로는 음악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로로와 '차원의 생각'
한로로의 가사는 평면적 감정 묘사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한 문장 안에 상처와 유머, 체념과 돌파를 동시에 쌓아 올립니다. 어센틱한 보컬이 '시간'이라는 축으로 그 문장을 관통하는 순간, 노래는 3차원 조형물이 됩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언어는 전달 수단이 아니라, 감정의 결을 담는 방식"이라고 말했죠.
공연장에서 그가 던지는 "나도 당신만큼 흔들리고 있다"는 고백은 단순한 위로가 아닙니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 네 번째 축을 세우는 일입니다. 관객의 시간, 가수의 시간, 가사의 시간, 멜로디의 시간이 한 점에서 겹칩니다. 한로로의 무대는 민코프스키 다이어그램의 음악적 구현은 아닐까요?
차원확장 체크리스트
스토리든 프롬프트든 기획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한 줄이 몇 차원짜리 문장인지 점검해 보세요. 아래 네 개의 질문을 순서대로 통과시키는 것만으로, 평면의 글은 입체가 됩니다.
1D 소재: 이 이야기의 '점'은 무엇인가? 하나의 사실, 하나의 장면, 하나의 단어로 환원할 수 있는가.
2D 관계: 그 점은 어떤 다른 점과 '선'으로 연결되는가? 인과인가, 대조인가, 병렬인가.
3D 깊이: 이 관계를 비스듬히 기울이면 어떤 입체가 드러나는가? 표면 아래의 동기, 사회적 맥락, 감정의 이면은 무엇인가.
4D 시간: 이 입체는 시간 위에서 어떻게 변형되는가? 과거의 결, 현재의 긴장, 미래의 파장을 한 문장에 담을 수 있는가.
이것이 『스토리 엔지니어링』의 핵심 설계 루프입니다. 저는 이 네 단계를 '비스듬한 생각'이라 부릅니다. AI는 이 엔진의 회전수를 열 배로 올려주는 증폭기가 되어줍니다. 물론 시동을 거는 것은 여전히 인간입니다.
우리가 가보지 못한 세계
솔직히 우리는 아직 3차원에도 제대로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일원론도 이원론도 이 시대에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습니다. 좋음과 나쁨, 성공과 실패, 사람과 AI라는 종횡의 이분법으로는 지금의 질문을 풀 수 없습니다. 세 번째 축을 세운 뒤에야 비로소 네 번째 축으로 가는 길이 보이고, 다섯 번째 축은 그다음에야 윤곽을 드러냅니다. 한로로의 서사는 그 '비스듬한 첫 선'에 대한 살아 있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저는 같은 선을 작가와 기획자, 스토리 엔지니어의 책상 위에 긋기 위해 한 권의 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스토리 엔지니어링이라는 차원
제 책 『스토리 엔지니어링』이 곧 세상에 나옵니다. 2024년 8월부터 80여 차례의 워크숍, 1,000명의 창작자들과 함께 발견한 사실을 한 권에 정리했습니다. 영화 시나리오부터 드라마 대본, 웹툰 스토리, 숏폼 드라마, 프리 비주얼과 영상까지. AI를 활용한 모든 형태의 스토리텔링이 이 안에 있습니다.
인간이 시작하고, 인간이 마무리한다. AI는 그 사이에서 우리의 차원을 한 칸 더 올려주는 증폭기일 뿐입니다.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소설로 폐허 이후의 세계를 다시 지었듯, 우리 세대는 스토리 엔지니어링으로 AI 시대의 서사를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펜을 쥔 것은, 여전히 당신입니다. ➡ 프롬 5월 수업 공개임박
인간은 생각하고, 기계는 기술한다. AI 스토리텔링 랩 '프롬'은 인공지능과 인문지성을 연결하는 ‘스토리텔링 실험실’이자, 좋은 도구로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콘텐츠 스튜디오’입니다. MBC C&I 'AI 콘텐츠 랩', 한국영상대학교, 에이크론, 바이트플러스, 거꾸로캠퍼스 등과 연구/수업/프로젝트 파트너십이 운영 중입니다. →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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