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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인리 Mar 06. 2024

렌즈


아주 조심스럽게

잔뜩 빛을 머금은 봄 길 위로

나붓거리는 벚꽃 잎처럼


때로 용감하게

아직 찬 기운 내뿜는 땅 위로

솟아오르는 푸른 잎처럼


가끔 무모하게

얄밉게 불어올 꽃샘추위는

아랑곳없는 매화꽃처럼


이 사각 프레임 끄트머리에서도

색색이 눈에 띄던 너

반의 반만 겨우 보이는 와중에도

눈에 밟히던 고운 너

아 정말 아름다웠어


목련도 튤립도 장미도 코스모스도

한참 피고는

결국에 동백꽃이 몇이나 피고 진다


이 사각 프레임 한가운데에서

황홀히 빛을 뿜는 너

여전히 그대로 곱고 용기 있어서

눈을 뗄 수 없는 너

아 네가 살아있구나


흐드러지게 연해 보이던 미소

두 눈동자에 별처럼 빛나던 맘

부드럽고 부지런했던 손과 발

예쁘게 웃고 말하던 고운 입술

늘 열려있던 말랑하던 귀


이 사각 프레임이 변하고 또 변해도

여전하게 영영 사랑스러운 너

그동안 내내 자랑스러운 너

아 살아내 주어 고마워라

아 네가 살아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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