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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H Jun 28. 2021

하소연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 1

공황장애인가 우울증인가

밤 11시가 넘은 시각, 동생의 남자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00의 남자친구인데요. 잠깐 통화 가능할까요?" 




예전에 동생의 공황장애, 우울증 문제로 동생의 남자친구와 엄마가 연락을 한적이 있었다. (물론 동생 몰래. 나중에는 눈치를 챈 것 같지만) 동생 곁을 지켜주고 보살펴주는 남자친구분에게 감사하다는 뜻으로 엄마 폰에서 연락처를 알아내어 문자를 보낸 적 있다. 그 때 내 번호를 삭제하지 않았는지 몇 개월이 지난 후 나에게 저런 문자를 보냈다. 원래 나는 취침 시간이 10시에서 11시 사이인데 저 날은 이상하리만큼 잠이 오지 않아 늦게 잤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다행이다. 


동생 남자친구의 말은, 동생이 조울증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둘은 사소한 일로 다투는 일이 많았는데 그 때도 사소한 이유로 급격하게 동생의 기분이 안좋아졌고 헤어지자는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건 모든 연인간의 흔한 일이라 그러려니 여기려고 했지만 쉽게 생각해서는 안되는 문제였다. 동생은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있었고 나쁜 생각까지 했던 아이였으니까. 


사실 나쁜 생각을 했었다는 사실을 그때 남자친구에게 처음 들었다. 손가락이 점점 차가워지는게 느껴졌고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무서웠다. 내 동생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게. 그렇지만 애써 침착하게 남자친구분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남자친구는 집에 혼자있는 동생이 또 이상한 생각을 하지는 않을까 너무 불안해하고 있었고 혼자 끙끙대다가 어렵게 나에게 연락을 한거였다. 

"아침에라도 그냥 안부 겸 문자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너무 걱정되서요" 


떨리는 손을 애써 부여잡은 채 걱정하지 말라고, 생각보다 강한 아이라고 얘기하며 남자친구분을 안심시켰지만 반대로 내가 불안해하고 있었다.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꾸욱 참고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내일 연락해보겠다고 하며 전화 통화를 마무리 했다.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내 손이 쉽사리 온기를 되찾지 못했고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안자고 있을 것 같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친구가 걱정할까봐 일부러 첫마디는 웃으며 건냈다. 


"야~~~ 늦은시간에 미안하다. 너무 떨려서 전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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