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arliner Aug 03. 2015

번외 편 : 제 똥꼬를 핥는 까몽 옹과 키스를

2011년 매일, 서울 망원동

우리 집 열 살 강아지 까몽이는 얼마나 청결한지 몰라요.

틈만 나면 고양이마냥 발을 핥아 청소하죠.

한 발 한 발 정성스럽고 꼼꼼하게.

언제부터인가 고추나 불알을 핥는 시간이 늘더니

이젠 똥꼬도 곧잘 핥아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깔끔 떠는 게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저 멀리 똥꼬 핥겠다고 고개 숙여 고생하는 게 안쓰럽기도 해요.

그래도 미안하지만 저는 까몽이와 뽀뽀하지 않은 지 꽤 되어요.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물론.


이건 비밀이지만 우리 엄마는 여전히 까몽이와 자주 키스해요.

놀라지 마요, ‘뽀뽀’가 아니라 ‘키스’라고요.

열 살이나 된 할배 까몽 옹은 불알을 핥던 혀로 엄마 입술을 핥아요.

엄마나 까몽 옹이나 좋다는데, 훈훈한 모습을 옆에서 차마 말릴 수 없어요.

창문으로 드는 햇빛 아래에서 조는 걸 먹는 것 다음으로 좋아했던 박까몽 옹. 아홉 살 즈음.

사족 대신 견족犬足.

- 까몽 옹 열두 살 되던 해에 집값에 떠밀려 인천으로 유배, 아니 이사를 가게 되어 엄마가 동네 아주머니에게 맡겼다. 나는 까몽 옹의 노년을  함께해주지 못한 것에 심한 죄책감을 느꼈으며, 요즘도 까몽 옹이 떠오를 때면 후회하고 미안해하곤 한다.

- 살아있다면 평균수명을 넘어선 열네 살이 되었을 까몽 옹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반려인에게 사랑받으며 좋아하던 햇빛 아래서 푹 쉬었으면.

열두 살 즈음의 까몽 옹. 살짝 벌어진 입으로 앞니가 빠지고 없다. 사료는 물에 살짝 불려 줘야 했고, 좋아하던 개껌도 제대로 먹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